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야 Nov 13. 2024

<공포 소설> 권투 체육관의 귀신

버리지 못한 꿈



<권투 체육관의 귀신>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권투 선수의 이야기다.

 내가 권투를 시작한 시기는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쌈박질하던 중학교 시절이다. 하도 사고를 치느라 학교를 빠지기 일쑤였고, 결국 퇴학까지 당했다. 부모님은 나에게 이런저런 시도를 다 해보더니, 결국 권투 체육관에 보냈다.


 “가서 네가 싸우고 싶은 만큼 싸워.”


 권투 체육관에 들어가기 직전, 아버지가 나를 보며 한 말씀이다.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학교에 다닐 필요도 없고, 싸운 다음에 돈을 물어줄 필요도 없다. 오히려 잘 싸우면 칭찬받는 곳이 아닌가?

 체육관에 들어가자마자 땀 냄새와 파스 냄새가 뒤엉킨 역한 향이 코를 찔렀다. 관장님과 코치님은 이미 부모님께 소식을 전달받았는지, 나를 체육복으로 갈아입혔다.


 “싸움 좀 했다며? 실력 좀 보자.”


 곧장 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제일 어린 친구한테 흠씬 두들겨 맞았다.


 “너보다 싸움 잘하는 새끼들 많아. 겸손하게 운동해.”


 그렇게 정신 차린 난,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에 전념했다. 다행히 적성에 맞았는지 실력은 차츰 늘어갔고, 전국 체전을 시작으로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프로 권투 선수로 전향한 후로는 아시아 대회 타이틀도 따게 되었다.

 처음 체육관에 들어가고 딱 10년째 되던 해, 난 세계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이 긴장한 탓이었을까, 상대 주먹에 1라운드를 채 버티지 못하고 뻗어 말았다. 당연히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었다.


 “푹 쉬어라. 그동안 쉬지 않고 운동했잖아.”


 관장님은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나를 보며 말했다. 그 뒤로 가족들과 친척들,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도 똑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난 쉴 수 없었다. 날 눕힌 그놈을 때려잡고 반드시 세계 대회 타이틀을 가져야만 했다. 돈도 많이 벌어 나 때문에 마음고생 했던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고 싶었으니까.

 얼마 뒤, 병원에서 나온 나는 한밤중에 체육관으로 향했다. 낮에 연습 가봤자 관장님께서 시켜주지 않을 터였다. 분명 더 쉬라고, 괜찮다고 집으로 보내겠지.

 밤새도록 샌드백을 치며 운동했다. 병원 신세를 져서 그런지 처음엔 원래 컨디션이 나오지 않았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원래 내 몸 이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훨씬 가벼워졌다고 해야 할까?

 남몰래 연습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을 무렵, 이제는 가족들과 관장님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계속 속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샌드백을 힘껏 치며 다짐하던 때, 덜컹- 하며 체육관 문이 열렸다. 샌드백을 세게 쳐서 소리가 밖으로 다 샜나? 오늘은 들킬 수 없으니…… 일단 숨어야겠다.


 팟- 체육관 형광등의 불이 켜졌다. 술에 취한 관장과 코치가 안으로 들어섰다.


 “관장님도 들으셨죠? 방금까지 샌드백 소리 난 거.”


 코치의 물음에 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응. 들었어.”

 “하아- 요즘 애들이 무섭다고 난리입니다. 진짜 체육관에 귀신이 있는 건가요?”

 “귀신이야 있지. 그런데 무서워 할 필요 없어.”

 “네?”


 관장은 혀를 끌끌찼다. 어느새 그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이 새끼…….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려서는…….”


 관장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체육관 링 위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한편에 놓인 어떤 선수의 영정사진 앞에 소주 한 병을 놓았다.


 “그만하면 됐다. 푹 쉬어라. 하늘에선 치고받고 싸우지 말고.”




종노블 공포 인스타 채널

https://www.instagram.com/jong_novel0419/


작가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iso0419


틱톡

https://www.tiktok.com/@jong_nove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