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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14. 2024

<공포 소설> 강령술은 규칙이 없어

귀신을 부르다




<강령술은 규칙이 없어>

- 귀신을 부르다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떤 배우의 이야기다.


강령술? 귀신을 부르는 행위……. 그래, 강령술 하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난 연극을 하는 배우야. 지금부터 내가 얘기할 건, 무명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경험에 대한 거야.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지금도 유명한 배우는 아니야. 영화배우들처럼 이름만 들으면 딱 아는 그런 수준이 아니란 거지. 다만 팬도 조금 있고 벌이도 나쁘지 않아. 연극 하는 사람치고는 성공한 편이지.

다른 얘기는 이쯤하고, 본격적으로 그때의 일을 말해볼게.


혹시 배우들이 어떻게 연습하는 줄 알아? TV에서 보면, 스태프들이 책상을 깔고 앉아있고,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하잖아? 그건 공식적인 연습일 뿐이야. 대부분의 연습은 다른 곳에서 개인적으로 진행하거든.

생각해봐. 공식적인 자리에선 제대로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연습 안 된 연기를 할 수 있겠어?

아무튼, 배우들은 그렇게 공식 연습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연습을 시작해. 대본을 보거나, 공연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거나, 집이나 연습실에서 소리 내서 연습하거나. 아, 연습실을 빌려서 할 때는 함께 연기하는 파트너와 시간을 맞춰서 연습하는 거야.

당시 나도 연기 합을 맞추는 파트너가 있긴 했어. 그런데 난 완전 신인이고, 상대방은 나름 유명한 배우였거든. 역할 비중도 얼마 없는 내가 시간 내서 연습하자고 하기 뭣하더라고. 뭐, 선배라서 불편한 것도 있었고. 그래서 틈날 때마다 얼마 없는 내 대사를 중얼거리곤 했어. 지금 돌이켜보면 대충 연습한 거지.

당연히 공식 연습 때마다 연출님께 혼났어. 조금 밖에 없는 대사를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말이야. 답답하더라고. 아무래도 연습을 같이해야 하나 싶어서 파트너한테 말을 걸었는데, 돌아온 대답이라고는.


“알아서 해. 그거 조금 같이 맞춘다고 뭐가 달라져?”


하, 인성하고는. 지금 그 선배 연락처도 없어. 어쨌든, 난 혼자 연습하기로 했어. 연습실을 빌릴까도 했는데 포기했어. 진짜 가난했거든. 지하 단칸방 월세도 겨우 막는 형편이라, 연습실 빌릴 돈이 아까웠던 거야. 그래서 뭐, 집에서 연습했지.

그 공연에서 내 대사가…….


“난 널 죽이지 않았어. 그냥 목격자일 뿐이야.”


이거야. 이 대사만큼은 선명히 기억나. 물론 뒤에 대사가 더 있었는데 까먹었어.

난 괜히 혼자 연습하기도 그렇고 해서, 가지고 있는 인형들 몇 개를 의자와 테이블에 올려놨어. 상대 배역 대신으로 하려고. 그렇게 화도 내고, 울어도 보고, 비웃어도 보면서 대사 연습을 했고 말이야.

아, 이렇게 대사 연습할 때, 배우들은 녹음을 자주 하곤 해. 자기 대사가 남들한테 어떻게 들리는지 알아야 하니까.

녹음하고, 들어보고, 다시 녹음하고, 또 들어보고. 이걸 몇 번 반복하니까 금세 날이 밝더라. 그런 생활을 한 지 딱 일주일 만에 연출님이 잘했다고 칭찬하더라고. 참 다행이었지.

그날 공식 연습이 끝나고, 오랜만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 집주인 아저씨한테서 말이야.


“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아, 그래요. 그 있잖아…… 혹시 밤에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누구 오는 건 아니고?”

“요즘엔 계속 혼자 있었어요. 무슨 일 있나요?”

“1층에 사는 사람이 시끄럽다고 연락이 계속 와요. 혼자 있었던 거 맞아요?”

“네, 물론…… 어, 잠시만요.”


난 번뜩 밤새 대사 연습했던 게 생각났어. 아, 혹시나 그것 때문에…….


“아아, 아저씨, 죄송한데…… 제가 연기 연습을 집에서 했거든요. 그래서 1층 사시는 분이 시끄럽다고 한 것 같아요.”

“그래요? 연기 연습하면 다른 사람들도 같이하는 거지?”

“그건 아니에요. 저 혼자 했어요.”

“응? 그럼 이상한데…….”


집주인 아저씨는 이상하다는 듯이 혼자 끙끙거리다가 말했어.


“1층 사람이 지하에서 무슨 술 파티라도 하는 양 시끌벅적하다고 말했거든. 그게 나흘 정도 됐다고. 그래서 나도 현관에 달린 CCTV를 확인했지. 그런데 우리 빌라 사람들 빼고는 들어온 사람이 없어.”


와, 그 말을 듣는데 괜히 소름이 돋더라. 나는 대충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어. 그리고 내 연습을 도와준 인형으로 눈길이 가더라고. 의자와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놓인 인형들이 왠지 날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거 있지.

순간, 연습했던 걸 핸드폰으로 녹음했던 게 떠오르는 거야. 혹시 내가 듣지 못한 이상한 게 녹음된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방에 혼자 못 있겠더라고. 난 무서워서 근처 공원으로 나갔어. 밤이긴 해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고 하니까…… 그나마 낫더라.

일주일 전 첫 녹음본을 틀었어.


“난 널 죽이지 않았어. 그냥 목격자일 뿐이야.”


대사 연습하는 내 목소리가 들렸어. 처음엔 그것뿐이었어. 6일 전 녹음도 아무 이상 없었어. 그런데 5일 전 녹음이 이상했어. 대사하는 내 목소리 사이로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껴 있는 거야. 분명 그날 들었을 때는 없었거든?

4일 전 녹음…… 잡음이 시끄러울 정도로 들렸어. 그래, 맞아! 1층에서 나흘 전부터 시끄럽다고 했었잖아. 그리고 3일 전 녹음본엔…… 어렴풋이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


“난 널 죽이지 않았어. 그냥 목격자일 뿐이야.”


그럼 누군데? 누가 날 죽였어?


너무 무서워서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몸이 떨리더라니까? 하, 2일 전 녹음본엔 또 다른 목소리가 섞여 나왔어. 이번엔 아주 선명하게.


누가 날 죽였냐니까? 날 죽인 사람을 찾아줘…….


차마 어제 녹음본을 못 틀겠더라고. 그 자리에서 근처에 사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달려갔어.

친구에게 지난 일을 대충 얘기를 하고는 어제자 녹음본을 틀었어. 거기엔…….


날 불러 놓고 왜 대꾸를 안 해?

히히- 나랑 얘기하자. 나랑 얘기해.

날 이렇게 만든 놈을 죽일 거야. 다 찢어 죽일 거야.

누구부터 죽일까?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가…….


히히- 혼자 떠들고 있는 저놈…….


며칠간 친구네 집에서 신세를 지다가 우연히 알게 된 무속인 한 분한테 상담을 받았어. 그분이 그러더라. 내가 강령술을 한 거라고.

깜짝 놀란 난 강령술 그런 거 한 적이 없다고, 잘은 모르지만, 강령술은 무슨 의식 같은 걸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무속인이 답하더라고.


“의식이 필요한 강령술이 있죠. 그건 대놓고 귀신을 부르는 행위에요.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은연중에 하는 행동이 귀신을 부르기도 합니다. 행여 그쪽처럼 사물에 대고 연기를 하면, 귀신이 몰려들어요. 특히 죽음과 관련한 얘기를 했다고 하니……. 더욱 그럴 수 있죠. 즉, 강령술은…… 정확한 의식이나 규칙이 필요 없어요. 단지 어떤 행위에 호기심이 돋은 귀신이 올 뿐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얘기를 덧붙였어. 그리고 함께 내 집으로 가서 확인하니 실제로 귀신 수십이 들어찼다고 하더라. 다행히 무속인이 다녀간 이후로 이상한 일은 없었고.


‘강령술은 정해진 규칙이 없다.’ ‘귀신이 올 뿐이다…….’ 으아,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아. 그렇다고 매사에 조심할 필요는 없어. 나야 재수가 너무 없어서 이런 일을 겪은 거니까.


하지만 일부러 강령술을 시도할 생각은 말아. 겪어본 내가 말하자면…… 정말 기분 더러운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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