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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16. 2024

<공포 소설> 녹음실의 목소리

이상한 예약 문자




<녹음실의 목소리>

- 이상한 예약 문자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녹음실의 이야기다.

녹음실을 운영하는 혁수는 무료함에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부쩍 손님이 줄어든 탓이었다.


“오늘도 공치려나…….”


혁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문자였다.


‘오늘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녹음하고 싶어요. 가능한가요?’


녹음실 마감은 밤 10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감시간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혁수가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


‘그럼요, 가능합니다. 엔지니어 필요하신가요?’

‘네, 혼자 갈 거라 필요해요. 잘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혁수는 핸드폰을 놓고 시계를 보았다. 이제 막 저녁 7시가 넘어가는 초저녁이었다. 녹음실 맞은편에 있는 엔지니어실로 들어간 혁수는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지금 자 두어야, 이따 새벽 작업을 할 때 편할 듯싶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녹음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혁수가 눈을 떴다. 잠이 덜 깨 비몽사몽인 채로 의자에 앉았다. 얼핏 시계를 보니 밤 11시 50분이었다. 아마 새벽 녹음을 예약한 손님일 터였다.

녹음실과 연결된 커다란 유리를 보니,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이 약간 섬뜩해 잠이 확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혁수가 조심스럽게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새벽 녹음 예약하신 분인가요?”

“네.”


여자의 대답이 들리자 안심이 된 혁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흠, 음악 파일 없이 해요?”

“네.”

“바로 녹음 시작할까요?”

“네.”


여자는 기계처럼 대답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혁수는 조용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는 바로 녹음에 들어갔다.

반주 없이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혁수가 낀 헤드셋으로 흘러들어왔다. 잘 부르긴 했으나 묘하게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혁수는 혹시 바람이라도 들어오나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창문은 모두 닫힌 상태였다.

순간, 여자가 노래를 뚝 멈췄다. 혁수는 무슨 이상이 있나 싶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숨이 막혀요.”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답답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녹음실 문 잠시 열어 놓고 해도 되요.”

“네.”


여자는 대답을 하고도 움직임이 없었다. 혁수가 다시 말했다.


“녹음실 문 여셔도 됩니다.”

“움직이기 힘들어요.”


여자가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폐소공포증이라도 있는 건가? 그래서 움직이기 힘든가?


“괜찮아요? 도와드릴까요?”

“네.”


혁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문자였다.


‘오늘 새벽 녹음 예약한 사람인데요. 사정이 생겨서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혁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럼 녹음실 안에서 노래를 부른 여자는 누구란 말인가? 살며시 방금 여자의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스피커에선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컥컥대는 토악질 비슷한 소리만 흘러나왔다.

마이크 앞의 여자는 여전히 곧게 선 상태 그대로였다. 혁수가 엔지니어실을 나섰다. 그리고 천천히 녹음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문이 느린 속도로 열렸다.


“어……? 바, 발이……?”


여자의 발이 땅에서 살짝 떠 있었다. 기기긱- 곧게 선 여자의 몸이 돌아가 혁수를 보았다.


“으, 으악!”


혁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여자는 녹음실 천장에 목을 매단 채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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