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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Nov 23. 2024

<공포 소설> 동해에서 신감(神感)이 오신다

‘무당의 수상한 내림굿’




<동해에서 신감(神感)이 오신다>

-무당의 수상한 내림굿



*이야기의 모든 내용은 허구도 진실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속삭임일 뿐이다.



어느 바닷가의 이야기다.


난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어. 그런데 너희가 생각하는 뭐, 모래사장 펼쳐져 있고, 갯벌 있고 그런 바닷가는 아니야. 해안 절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마을에서 동쪽으로 한 500미터? 정도만 가면 엄청 높은 절벽이 있었거든. 거기 걸터앉아서 펼쳐진 바다를 보다 보면 모든 생각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어. 물론 지금은 막혀 있어. 위험하다고. 응? 그래서 어디에 있는 마을이냐고? 에이, 정확한 지명은 말할 수 없지. 말하기도 싫고. 왜? 거짓말 같아? 뭐, 거짓말일 수도 있지. 믿기 싫으면 안 믿어도 돼. 그만 말할까?




알겠어. 계속 이야기하자면, 우리 마을에선 1년에 한 번 큰 행사? 축제? 같은 게 있었어. 아까 말한 해안 절벽에서 굿을 하는 거야. 대충 들어보니까, 마을 길흉을 점치기도 하고, 바닷가로 일 나가시는 아저씨들 복을 빌기도 하고, 집에 있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아이들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기도하기도 하는? 뭐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굿이었어.

그런데 굿이 끝날 때 즈음해서 무당이 갑자기 애들을 돌려보내. 애들이 보면 안 되는 굿판이 있다나 뭐라나.

당시 어렸던 난, 무슨 의식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어. 그래서 친구 한 놈이랑 집에 가는 척하면서, 근처 큰 바위 뒤에 숨었지.

굿을 하던 무당이 갑자기 누군가를 불러. 그러면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자애 하나가 걸어 나온다? 무당이 이상한 나뭇가지랑 방울을 들고 그 여자애 앞에서 춤을 춰. 와, 분명 나랑 친구랑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거야. 여태 하던 굿이랑 느낌이 전혀 달라. 기괴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30분 정도 막 혼자 춤을 춰대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주문을 외워. 마을 사람들이 막 절하고 빌고……. 그때, 한복을 입은 여자애가 비명을 지르며 알 수 없는 말을 외치는 거야.


“시……이…… 가……이……. 시인감이! 칵, 쿠룩……!”


맞아. 시인감? 신감? 도대체 무슨 말이지? 의문을 가지고 계속 지켜봤어. 갑자기 여자애가 눈이 뒤집히더니, 돼지머리에 입을 처박고는 막 씹어 먹어. 으득, 으드득 돼지머리 부서지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더라.

어느새 굿을 주관하던 무당은 쓰러져 있고, 입에 돼지 피를 떡칠한 여자애 혼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거야.

그날, 굿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부모님께 난 아무 말도 못 했어. 몰래 훔쳐봐서 혼날까 봐? 그것도 있었지. 그런데 그것보다…… 그냥 무서웠어. 뭔가 말하면…… 그 여자애가 낄낄 웃으며 나한테 찾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시간이 흘러서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어. 역시나 봄에 굿판이 벌어졌고 그 판이 끝날 때 즈음 애들을 돌려보냈어. 나도 일어섰지. 그런데 이장님이 나를 불러 세우더라고.


“이제 다 컸는데, 너도 알 건 알아야지.”


부모님은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난 보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어. 어디선가 한복을 차려입은 여자애가 등장하고…… 아, 이 여자애는 저번에 봤던 여자애가 아니야. 매번 바뀌는 것 같아.

아무튼, 무당이 춤을 추고……. 어렸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무서워서 치가 떨렸는데, 나름 고등학생이니까…… 티 안 내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어.

이윽고 여자애가 ‘시인감이…… 칵, 쿡쿡…….’ 하며 소리를 내질렀고, 눈이 뒤집히고, 돼지머리를 뜯었어. 멀리서 봐도 끔찍했던 그 장면을 가까이서 직관하려니까…… 속이 울렁거리더라.

굿판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 모두 집으로 돌아갔어. 나도 부모님과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데…… 아버지가 넌지시 묻더라고.


“괜찮냐?”

“예? 뭐, 뭐가요?”

“오늘 본 거……. 충격 안 받았냐고.”

“아아,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네.”


다시 밥을 먹다가 난 문득 궁금해져서 조심스럽게 여쭤봤어.


“아버지, 시이가이…… 시인감? 그게 뭐예요?”

“음……. 정확히 ‘신감’이다. 이게 설명하기 복잡한데, 간단히 말하자면…… 이제 신을 받아야 하는 애를 신감이라고 해.”

“쿡쿡거리는 건요?”

“무당이 말하길, 칵칵, 쿡쿡거리는 게 신들의 소리라고 하더구나.”


아버지 설명은 이랬어.

한복을 입은 여자애는 곧 무당이 될 애라 하더라고. 그 애한테 내림굿? 비슷한 걸 하는 건데. 우리 마을은 과거부터 특별한 내림굿을 했대. 50년 넘은 전통이라는데……. 내가 무당이 아니니까 잘은 몰라. 그런데 우리 마을에서 신을 받으면 그렇게 기운이 좋다는 거야. 무당들 사이에서는 뭐, 알 사람은 다 아는? 그런 특별한 내림굿이었나 봐. 하긴 딱 봐도, 돼지머리 뜯고 막 눈이 뒤집히고 미쳐서 춤을 추는데……. 평범한 신은 아니었겠지.


그 이후로 난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갔어. 그리고 군대 전역하고, 대학 졸업하고, 회사 입사해서 지금까지 다니고 있고. 

응? 끝이냐고? 응, 끝이야. 하하, 알겠어, 알겠어! 뭐 그렇게 실망을 해. 사실 내용이 더 있긴 해.

내가 군대 전역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우리 마을이 사라졌거든. 왜 그런 줄 알아? 계속 사람이 죽어 나가서. 전염병이 돈 것도 아니고…… 노인부터 시작해서 애들까지 갑자기 픽픽 쓰러져 나갔대.

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나 서울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돼서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하셨거든. 바닷일 말고 갑자기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하셔서. 말도 안 되지만 참 운이 좋으셨지.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갔단 얘기를 듣고 많이 심란했어. 어쨌든 고향이다 보니까, 아는 분들이 꽤 많았거든. 내가 하도 힘없이 수업을 다니니까 대학 동기 한 놈이 무슨 일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난 사실대로 말했지.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었고, 마을이 사라지고……. 그전에 어떤 추억이 있었고, 굿판을 벌였는데 너무 무서웠고 등등…….

내가 막 회상에 잠겨서 주절대는데 점점 동기 놈 얼굴이 굳어지는 거야. 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지.

그러니까 동기가 하는 말이…….


“너희 마을에서 벌인 굿판 말이야.”

“응, 그게 왜?”

“어……. 나도 이건 추측이라……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아이, 답답하게 끌지 말고 그냥 말해.”

“여자애가 신감이라고 말했다고? 쿡쿡거리면서?”

“응, 그런데?”

“정확히 신감이라고 한 거 맞아?”

“응. 아마도? 소리를 꽥꽥 질러대는 통에 발음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어. 어른들이 신감이 오셨다고 말해주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한참 말이 없던 동기가 입을 열었어.


“혹시 이렇게 말하지 않았어? 시……이……가……이……. 카…… 쿠루…….”

“어? 비슷한 거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표현할 수 있냐?”

“너 내 부전공 알지?”

“응. 일본어.”

“아무래도 내 생각엔…… 여자애가 ‘신감’이라고 말한 게 아니야. 카, 쿡쿡이 신들의 소리는 더더욱 아니고……. 아무래도 여자애는 ‘시니 가미 가 쿠루’라고 한 거 같아.”

“그게 무슨 뜻인데?”

“일본어로 시니 가미는 죽음의 신. 쿠루는…… 온다. 붙이면 ‘시니 가미 가 쿠루’ 즉, 죽음의 신이 온다.”


우리 마을의 50년 된 내림굿 전통. 생각해보니 당시에 50년 전이면…… 일제 강점기야. 아마 그때 이상한 의식이 흘러들어 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간 것은 아닐까? 대학 동기 말대로…… 바보 같은 무당이…… 일본 죽음의 신을 불러들여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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