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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 줄의 용기

AI 시대, 내가 선택한 가장 인간적인 일

by 담연

요즘 들어 AI가 사람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뉴스가 부쩍 늘었다.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이고, 싱가포르의 금융회사들조차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어젯밤, 같은 업계에 있는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 직업도 언젠가 AI가 대신하게 될까?”


남편은 프라이빗 뱅커다.
자산가들과의 긴밀한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금융 전략을 제안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당신 일이야말로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일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니까.”


그 대화를 계기로, 나는 자연스레 AI가 침범하지 못할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음식도 그중 하나였다.


누군가의 한 끼를 책임지는 따뜻한 음식,
그 음식을 만드는 손길과 정성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김밥 장사를,
드디어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가 김밥 장사를 시작한 이유

1. AI가 대체할 수 없는 업(業)
김밥은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일정한 속도로, 정해진 순서대로 재료를 올리고, 단단하지만 부드럽게 말아내는 과정.
이 모든 흐름에는 경험과 감각이 필요하다.


기계가 레시피를 따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 속에 담기는 정성과 온기는 사람만이 전할 수 있다.


2. 나와 가족을 위한 경제활동
최근 가족과 여행을 다녀오며 남편은 오랫동안 원하던 시계를 샀고,
어머니의 날을 맞아 내게도 근사한 선물을 해주었다.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동시에 외벌이 가정에서의 지출이 주는 부담도 느껴졌다.


김밥 장사를 통해 내가 작은 수입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단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가족에게 보탬이 되고 나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딸아이에게도 당당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인스타그램에 메뉴 전단지를 만들고,
우리 아파트 커뮤니티 채널에 첫 홍보 글을 올렸다.


‘이 작은 시작이 나에게 어떤 하루를 안겨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글을 올린 직후, 한 엄마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Hi, what a great idea! I’ve been craving gimbap lately — so happy to see your post!”


짧은 그 한 줄이 나에게 놀라운 용기를 안겨주었다.
그래, 얼마나 팔리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 일이 거창한 수익을 안겨주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나와 우리 가족이 더 건강하고 단단해지는 길이라면,

김밥 한 줄에서 시작된 오늘의 선택이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는다.

지난주, 메뉴 사진 촬영을 위해시부모님 오신 날 직접 김밥을 말아보았다.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완전 합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용기가 되길 바라요.

김밥처럼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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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나의 취미입니다](https://brunch.co.kr/@72538f848ec8460/18)

: 엄마가 되고 난 후에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도전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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