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아기와 함께한 병원 방문기, 그리고 조금 덜어진 죄책감에 대하여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나는 오른쪽 눈을 늘 들여다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눈물샘이 막혔다고 했다. 그래서 생후 몇 개월 때부터 매일 눈 주변을 30분씩 마사지해줘야 한다는 소아과 선생님의 말을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기에게 눈 근처를 손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몸을 비틀며 고개를 홱 돌렸고, 겨우겨우 1분을 넘기기 어려운 날이 허다했다.
어떤 날은 자고 일어나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초록색 눈곱이 오른쪽 눈꺼풀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물수건을 데워 조심조심 닦아내면 그제야 아이는 세상을 다시 마주했다.
그러다 일본 여행 중엔 상황이 더 나빠졌다. 눈물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못하고 눈에 고이기만 하니, 결국 눈꺼풀 아래가 붓고 빨개졌다. 아이는 불편한지 손으로 눈을 비비기 바빴고,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따갑게 붉어졌다.
“내가 좀 더 자주, 더 진득하게 마사지해줬더라면…”
그런 자책이 매일같이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눌렀다.
결국, 탐침술이라는 간단한 수술로 눈물샘을 뚫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우리는 큰 병원에 예약을 넣었다. 24개월이 되기 전에 수술을 받는 게 좋다는 말에 긴장한 채 병원 방문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8시,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싱가포르 국립병원 안과로 향했다. 언제나 그렇듯, 긴 대기 시간은 아이보다 우리 부부를 더 지치게 했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드디어 아이의 이름이 불렸다.
남편 말로는 대만 출신 같다는 안과 의사 선생님이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며 진찰을 시작했다. 빨간 안약을 양쪽 눈에 떨어뜨리고, 그 액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살폈다. 그리고 잠시 후, 의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눈물샘이 완전히 막힌 건 아니에요. 수술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아래 속눈썹이 눈물을 가로막고 있어 생긴 현상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에 돌처럼 얹혀 있던 죄책감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동안의 염증, 고인 눈물, 계속 반복되던 안약 처방들…
모두 막힌 눈물샘 때문이라는 전제 하에 움직였던 일들이 스르르 다시 써지는 기분이었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고
“진작 큰 병원에 와볼 걸…” 하는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이제는 마사지를 못 해준 나를 그렇게까지 탓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그리고 앞으로는 인공눈물로 눈을 씻어내주는 것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
사소하지만 귀한 정보였다.
병원에서 나와 곧장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술이 불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정말 다행이다”라며 아이보다 더 밝은 목소리를 내셨다.
그 목소리에, 나도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단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사랑과 걱정, 죄책감과 안도감이 교차하는 넓은 감정의 들판을 매일 건너는 일이라는 걸,
오늘도 배운다.
내가 몰랐던 의학 지식들,
영어로 설명을 들으며 이해해야 했던 전문용어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새벽같이 일어나 병원을 향했던 우리 부부의 ‘한 팀’으로서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아가야,
이제는 눈이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그리고 엄마는 오늘처럼, 너의 작은 불편함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게.
우리 같이 조금씩,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라자.
육아는 정답이 없지만,
우리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잊지 않기로 해요.
오늘도 아이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한 하루였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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