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남기지 못한 이야기
둘째를 품게 되었다.
다섯 달간의 기다림 끝에 선명한 두 줄을 보았을 때 마음이 잔잔히 떨렸다.
첫째를 가졌을 때는 입덧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살이 빠지고, 몸과 마음이 지쳐 ‘정말 내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이렇게 빨리 잊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이가 내 품에 안긴 순간부터 세상은 달라졌다. 하루하루 벅찬 감정을 느끼며 아이를 바라볼 때마다, ‘이런 행복이 하나 더 늘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다시 임신 11주 차다. 여전히 초기지만, 입덧은 벌써부터 강하게 찾아왔다. 첫째 때보다 덜하다고 해도 여전히 힘들다. 특히 침덧은 더 심해졌다. 15초마다 침을 뱉어야 하고, 대화도 어렵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도 없다. 밤에도 여러 번 깬다. 결국 오래된 손수건을 물고 자는 습관이 생겼다. 아이가 신생아였을 때 쓰던 손수건이 지금은 내 밤을 버티게 해주는 도구가 되었다. 출산까지 이 고통이 이어질 걸 알지만, 둘째를 떠올리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첫째 때 썼던 임신일기를 꺼내 읽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힘겨웠던 기록이 없었다. 혹여 나중에 아이가 읽으며 마음 아파할까 봐 설렘과 행복만 꾹꾹 눌러 담았던 그때의 나를 떠올렸다. 그래서인지 더욱 선명해졌다. 사랑은 기억보다 강한 것이라는 걸.
몸이 힘들어 첫째를 자주 안아주지 못하고 함께 바깥에 나갈 수도 없는 날들이 이어지며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래도 아이 앞에서는 최대한 웃는다. 작은 웃음 하나라도 아이에게는 하루를 밝혀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런 나를 묵묵히 돕는다. 바쁜 와중에도 힘든 내색 없이 아이를 돌보고, 내가 먹을 것을 챙기며 곁을 지킨다. 그런 남편이 참 고맙다.
둘째가 태어나면 다시 긴 밤들이 찾아오겠지만, 지금처럼 아프진 않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임신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힘들지만 소중하다. 지금의 불편함도 언젠가는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 두 아이가 내 품에서 자라는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계절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하루를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