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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부족하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싶다

시부모님을 모신 3주

by 담연

나는 몸이 아플 때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닫는다.

아프면 예민해지고, 괜히 잘못 없는 사람에게 화살을 돌린다.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지난 일까지 꺼내 비수가 되는 말을 하고, 결국 후회한다.


얼마 전 나는 둘째를 임신했다. 반년쯤 기다린 끝에 찾아온 소식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첫 임신 때처럼 다시 입덧이 시작됐다. 첫째를 가졌을 때의 입덧은 출산 때까지 이어졌다. 약도 듣지 않아 하루 종일 위액을 토했고, 냄새 하나에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구역질에 시달리며 두 달 가까이 침대와 바닥을 전전했고, 좀비처럼 쓰러져 지냈다. 그 시간을 나는 잊고 있었다. 아이가 내게 준 벅찬 행복이 그 고통을 덮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이번 임신 역시 쉽지 않다. 첫째 때처럼 극심하지는 않지만, 체력은 한없이 떨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메스꺼움은 하루를 무겁게 만든다. 무엇보다 마음을 짓누르는 것은 첫째 아이에게 예전처럼 온 마음을 쏟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울어도 몸이 너무 힘들어 외면할 때가 많다. 그런 순간마다 미안함이 가슴을 깊이 파고든다.


이런 상황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게 되었다. 어머니는 파킨슨병, 아버지는 간암 수술을 받으셨다. 두 분 모두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 우리 집으로 오셨다. 다행히 헬퍼 언니가 시부모님을 정성껏 살폈다. 식사를 챙기고, 목욕을 돕고, 그 손길마다 따뜻함이 묻어났다. 나는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을 느꼈다. 언니에게 일거리가 늘어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시아주버님과 남편은 우리 집이 더 넓으니 당연히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고 했다.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지만, 며느리로서의 책임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남편이 부모님의 아픔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나는 다정한 아내처럼 그저 “수고가 많다, 고생한다”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음식 냄새조차 힘든 상황에서 매 끼니가 준비됐고,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거실에 용변을 보셔 집안이 냄새로 가득 찼다. 그 순간 나는 무너졌다. 남편을 향해 요양원이든 간병인이든 빨리 알아보라고 몰아붙였고,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해버렸다. “어머니 냄새가 너무 심하다.” 남편은 눈물이 맺힌 채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그날 남편은 부모님을 다시 시댁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이미 아버지께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대로 부모님이 떠나신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오래도록 남을 돌덩이가 될 것 같았다. 나는 남편에게 사과하며 아버지께서 조금 회복되면 다시 상의하자고, 일주일만 더 계시자고 말했다. 죄책감이 밀려와 눈물이 났다. 나는 왜 이렇게 모자란 걸까, 왜 이렇게 부족할까.


그 마음으로 아버지를 찾아가 짧은 중국어로 서툴지만 정성을 다해 말했다.

“사실은요 아버지, 방금 남편과 말다툼이 있었어요. 제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예요. 죄송해요. 아직 거동이 불편하시니 일주일만 더 계셔주세요. 지금 가시면 제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입덧 때문에 많이 살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버지는 조용히 웃으며 “괜찮다, 고맙다”라고 답하셨다.


현재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버지, 그 곁에서 애쓰는 남편,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첫째 아이. 그 모두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작은 존재일까. 오늘도 나는 깨닫는다. 나는 참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부족한 나일지라도 사랑만은 끝내 놓치고 싶지 않다.

언젠가 이 날들을 돌아보며,

“나는 부족했지만 사랑하려 애썼다”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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