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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아빠 / 으앙~ 엄마

엄마에게만 솔직한 아기, 그 애착의 풍경

by 담연

요즘 들어 가장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는,
우리 아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나를 보면 첫마디는 늘 "잉잉잉…"
짜증 섞인 목소리로 팔을 벌려 안기려 하고,
내 품에 안긴 뒤에도 자꾸만 더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그런데 남편이 퇴근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넨다.
방긋방긋 웃으며 혼자서도 잘 논다.
간식을 먹고 있을 땐
내가 "한 입만" 하면 단호하게 “노!” 하고는 급하게 먹어버리더니,
아빠가 같은 말을 하면
세상 스윗한 얼굴로 아빠 입에 쏙 넣어주는 그 모습.


처음엔 억울하기도 하고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걸까?'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엄마'라는 존재에게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인다는 것.


짜증도, 떼도, 욕심도 다 드러내도 괜찮은 존재.
그 어떤 모습도 품어줄 사람.
그래서 더 거칠고, 더 솔직하게, 더 있는 그대로 다가오는 것.


반대로 아빠는 여전히 사랑하는 존재지만,
어딘가 '예의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선을 지키고, 조금은 배려하며 대하는 존재.


두 돌도 채 안 된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구분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역할을 나누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
그게 너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가슴 벅차게 사랑스럽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아이의 짜증과 떼는
결국 내가 그만큼 신뢰받고 있다는 증거다.
애착이 건강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안아달라고 징징대는 그 모습이
예전처럼 힘들지 않다.
오히려 ‘내가 엄마라서’ 받을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진다.


물론 가끔은 내가 너무 피곤한 날도 있다.
그럴 땐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싶어지는 순간도 생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래도 내가 엄만데… 내가 안아야지”라는 마음이 먼저 든다.


예전엔 돌에서 17개월 무렵까지는
무조건 나만 안아야 했던 아이.
이제는 20개월이 되어 아빠 품에도 쏙 들어간다.
아빠와의 애착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 모습이 참 흐뭇하다.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간다는 건
무한한 감정의 파도 속에서 가슴 벅찬 순간들이 이어지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 아이가 함께 웃고 노는 모습을 바라볼 때—

그 순간은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다.


앞으로도 이 아이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 있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남편과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함께 노력해나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크고 따뜻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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