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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쪽이 없이 잠든 밤

익숙함을 놓은 뒤 찾아온 조용한 기적

by 담연

22개월.
아기가 쪽쪽이를 끊은 지 5일째다.
놀랍게도,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주변 또래 아이들은 여전히 차를 탈 때, 잠자기 전, 투정부릴 때마다 쪽쪽이를 문다.
그래서 나도 지금껏 아기가 쪽쪽이를 무는 게 자연스럽다고 여겼다.
사실, 아이가 굳이 찾지 않아도
나 편하자고 일부러 물리곤 했다.
징징거림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빨리 안정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러다 어느 날, 쪽쪽이가 치아와 턱관절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심했다.
이제는 그만 줘야겠다고.


많은 육아 선배들은 쪽쪽이 이별식을 한다고 했다.
가위로 쪽쪽이를 자르고,
“이제 쪽쪽이는 엄마를 만나러 갔단다~” 하고 보내주는 의식.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별을 설명하는 방식이라지만,
나는 오히려 그 과정이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우리 아이는 평소에도 쪽쪽이를 심하게 찾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안 주는 것’으로 조용히 시작해보기로 했다.


첫날 낮잠 시간,
아이가 좀처럼 잠들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너무나 쪽쪽이를 물려주고 싶었다.
내가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가 조금 힘들다고, 아이의 치아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목이 아플 때까지 안고 노래를 불러주고,
바디오일로 마사지를 해주고…
그래도 아이는 쉽게 잠들지 않았다.


결국 나는 헬퍼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절대로 쪽쪽이는 주지 말아주세요.”
부탁과 함께 아이를 맡겼다.

그리고 10분 뒤.
언니는 아이를 재운 채, 평온한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너무도 수월해 보였다.
비결이 뭘까?


언니는 말했다.
“아기는 옆에 누워서 이야기해주는 걸 좋아해요.”
놀랍게도, 안지도 않았고, 마사지도 없었다.
단지 옆에 나란히 누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조용히 이야기해줬을 뿐이라고.


그날 저녁, 나도 다시 도전했다.
아이를 내 가슴 위에 올리고 등을 토닥이며
오늘 함께했던 순간들을 조용히 들려줬다.
"오늘 아침에 엄마랑 댄스댄스 췄지
좋아하는 파트가 나오면 귀엽게 웃었지~"
"엄마랑 공원 갔을 때, 새 보고 놀랐잖아~"


그렇게 속삭였더니,
단 5분도 지나지 않아
아이는 조용히, 편하게 잠들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구나.


나는 그동안
조금이라도 편하고자 아이에게 쪽쪽이를 건넸다.
사실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안정되고, 잠들 수 있는 아이였다.


얌전하고 따뜻한 아이.
무엇보다, 엄마를 깊이 믿고 있었던 아이였다.


그리고 아이를 가슴 위에 올려놓고
그날 했던 하루 일과를 천천히 되짚으며 이야기할 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시간이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참 힐링이 되는 시간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하루를 차분히 이야기해줄 수 있는 순간.
그게 내 아이라서, 더더욱 특별한 위로로 다가온다.

아기가 돌 이후부터 물었던 업그레이드 된 쪽쪽이. 그래도 혹시~모르니 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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