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세대의 삶이 겹쳐지는 순간
세월 속에서 이어진 마음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십수 년 전 우리 엄마가 걸었던 길이고,
더 먼 옛날에는 외할머니와 할머니가 걸었던 길이다.
그리고 언젠가 미래에는,
지금 내 옆에서 자라고 있는 이 아이가
또다시 걷게 될지도 모를 길.
바로,
엄마가 되고 아이를 키워내는 삶.
여자라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우는 일련의 시간을 지나며
전에 알지 못했던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낯선 감정, 낯선 사람들, 낯선 나 자신.
그 모든 순간들이
나를 인간으로서 한층 더 단단하게,
더 넓게 자라게 한다.
사실 결혼 생활 자체도 하나의 도전이었다.
특히 나처럼
국적도, 문화도, 살아온 방식도 다른 사람과
매일 부딪치고, 이해하고, 타협하며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 시간들을 통과하며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달라진 모습의 나,
가끔은 남편과도 닮아 있는 나.
그 변화가 싫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는 순간마다
문득 깨닫는다.
예전에 나도,
이렇게 엄마의 손길 아래 자라났겠구나.
외할머니도, 할머니도,
수많은 아이들을 키워내며
이런저런 고단함 속에서도
분명히 웃고,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내셨겠지.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
그분들이 걸었던 길과
내가 걷는 길이 너무나 닮아 있다면,
닮아 있다면 우리는 평행선일까,
혹은 겹쳐지는 도형일까.
나는 지금
엄마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훨씬 더 편리하고 풍족해진 세상에서.
몸은 분명 덜 고달프다.
하지만 마음은, 정말 덜 힘들어진 걸까?
가끔 눈을 감고 상상해본다.
지금 내 아이가 자라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 아이 앞에 서 있을까.
지금의 엄마처럼?
그리운 할머니처럼?
아이를 키우며
할머니가, 외할머니가 자주 그리워진다.
그들의 삶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이제 겨우 두 돌을 앞두고 있는 아이.
그리고 나는,
엄마로서의 길을 아직 한참 더 걸어야 한다.
부디
아이와 우리가 건강하기를.
우리 가족이 평안하기를.
크게 아프지 않기를.
함께 오래오래 웃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그저, 간절히 바란다.
그냥 두서없이 지금의 생각을 적어봤다,
이 글이…
많은 엄마들의 마음에도
작은 공감으로 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