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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엄마는 조금 더 고단하고 조금 더 행복하다

헬퍼가 쉬는 날,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숨 가쁜 하루

by 담연

금요일은 우리 집 필리핀 헬퍼 언니가 쉬는 날이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쉬는 게 괜찮을까 걱정됐다. 낮잠도 챙겨주고, 쉴 틈도 만들어줬다. 처음 왔을 땐 동네를 익히라며 산책을 권했던 적도 있었다. 그땐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라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웠다.


지금은 다르다. 육아와 집안일로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니젤이 쉬는 금요일이 다가오면 전날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남들은 헬퍼 없이도 육아에 살림, 심지어 일까지 해내는데 나는 왜 이렇게 엄살을 부리는 걸까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이 하루는 확실히 각오가 필요하다.


오전 10시쯤, 니젤이 밝게 웃으며 말한다. "Ma'am, I go out." 나는 "Have a great day"라고 인사를 건넨다. 문이 닫히고 나면 집 안에는 나와 18개월 된 아이, 단둘이 남는다.


유모차를 끌고 마트를 다녀온다. 걷기만 해도 한 시간은 금방 지나고, 마트에서 구경도 하고 커피 한 잔까지 마시다 보면 어느새 세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아기와 산책 중, ’Where are your eyes?’라고 묻자 눈을 찡긋하며 웃어 보였다. 손 대신 웃음으로 답한 순간.”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아이와 함께 욕실에 들어간다. 욕조에 물을 받아 마주 앉아 물놀이를 한다. 아이는 물을 튀기며 까르르 웃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깐 숨을 돌린다.


아이를 재운 뒤엔 설거지, 장난감 정리, 화장실 청소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해낸다. 별건 아니지만 정돈된 집안을 보면 조금 뿌듯하다.


잠시 앉아 유튜브라도 보려는 순간, 아기가 운다. 다시 육아가 시작된다.

요즘 아이는 재접근 시기라 그런지 계속 안아달라고 매달린다. 내가 주방으로 가면 다리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조심히 움직이며 점심을 준비한다. 뜨거운 냄비나 국물이 닿지 않도록 피해가며 서둘러 식사를 만든다.

그렇게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니젤이 돌아온다.


"I'm back."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밝은 얼굴이 보인다.


들어오자마자 아기부터 찾는다. "Baby, I miss you."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를 꼭 껴안는다.


옷을 갈아입고 나면 내가 어설프게 정리한 주방과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나를 향해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정리를 돕는다.


내 아이도 아닌데 이렇게 애정을 담아 돌보고, 내가 놓친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채워주는 니젤에게,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가끔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에게도 고맙다. 내가 아이를 집에서 돌보며 지낼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 그 존재가 얼마나 큰지 금요일이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저녁엔 보통 배달을 시켜 먹거나 간단한 요리를 한다. 남편은 이 날이 일주일 중 유일하게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날이라고 말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니젤이 쉬는 하루. 몸은 평소보다 더 바빴고,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그만큼 오롯이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주는 감정은 특별했다.


아기자기한 순간들이 많았다. 웃고, 안고, 함께 움직이며 보낸 하루.


그리고 평소 살림과 육아의 많은 부분을 니젤이 함께 해줬다는 걸 새삼 느꼈다.


고맙다는 말보다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깨달음이었다.


오늘도 분명 고단했지만, 마음은 꽤 괜찮았다.



우리 모두는 바쁜 일상 속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행복들이 더 큰 힘이 되어줍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작은 순간을 놓치지 말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보세요. 금요일의 엄마처럼, 하루하루가 조금 더 고단하지만 조금 더 행복해지는 그런 날들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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