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냄새 속에서 피어나는 신뢰에 대하여
아기가 신생아였을 때부터 돌이 지날 때까지,
나는 절대 누구에게도
목욕이나 기저귀 관련된 일을 맡기지 않았다.
혹시나 헬퍼 언니가 아이를 안다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작고 여린 아이가
욕실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상상은
하기조차 싫었다.
그래서 샤워를 시키는 일과 똥을 치우는 일만큼은
엄마인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다.
아이가 돌을 지나고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조금씩 샤워를 니젤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녀가 샤워시키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샤워가 끝날 무렵이면
수건을 들고 다가가
아이의 몸을 닦이고, 방까지 안아 데려가는 일은
내가 직접 했다.
똥을 쌌을 때는 더 그랬다.
항상 샤워실로 데려가
물로 깨끗이 씻겼다.
그건 단순히 깔끔하게 해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가 미끄러질까 봐 걱정됐고,
무엇보다도 헬퍼 입장에서
아무리 아이가 사랑스럽다 해도
똥이 묻은 엉덩이를 씻기는 일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기가 똥을 싸면
그건 내가 하는 일이었다.
깨끗이 씻긴 후에야
그녀에게 아이를 건넸다.
그런데 어느 날,
내 마음 한구석이 찌르르한 순간이 찾아왔다.
두 달쯤 전이었을까.
정말 드물게, 나는 아이를 두고 잠깐 외출을 했다.
나는 원래 아이만 두고는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날은 어쩔 수 없는 일정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니젤이 말했다.
“아기 똥 쌌어요. 제가 씻겨줬어요.”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멈칫했다.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고,
그건 원래 내가 했어야 할 일이었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지금 아기는 18개월이 되었고,
웬만하면 여전히 똥은 내가 닦인다.
하지만 가끔씩은 니젤이 그 일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똥 냄새가 고약할 텐데도
그녀는 숨을 참지도 않고,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는다.
심지어 똥에 뭐가 들었는지도 살핀다.
어느 날은 이렇게 말했다.
“Mam, 오늘은 똥에 옥수수가 그대로 들어 있었어요.
아침에 먹은 거 같은데, 소화가 잘 안 된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순간 머쓱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똥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나누게 될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니젤은 마치
그것도 아기의 건강을 함께 돌보는 일인 것처럼,
쑥스럽게 웃으면서
즐겁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지금 나는 거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니젤은 아이와 함께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그녀 덕분에 나는
‘아기가 중간에 깨면 어떡하지?’
‘울면 글을 멈춰야 하나?’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 옆에 그녀가 있으니
중간에 깨어도
금세 달래주고,
다시 편히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
나의 사랑스럽고, 하나뿐인 아기의 ‘똥’에 대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똥에 대해
함께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다정하고도 행복한 일이다.
#육아일기#18개월아기#헬퍼일상#외국에서육아하기
“엄마이기에, 사람이라서
가끔은 마음이 복잡해지죠.
이 글이 그런 마음에 작은 쉼표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