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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 + HSP 엄마로 살아가기

예민함 속에서 피어난 나만의 육아 감정 기록

by 담연

얼마 전, 우연히 ‘HSP 테스트’라는 걸 알게 됐다.
그저 재미 삼아 몇 가지 문항을 체크해보려던 마음이었는데,
놀랍게도 모든 문항에 "Yes"를 고르게 된 나 자신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

**HSP(Highly Sensitive Person)**는

'고감수성인', 즉 감정과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뜻해요.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항목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처럼 느껴졌다.


이 테스트는 마치
내 마음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내가 느껴왔던 많은 감정들을 조용히 짚어주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왜 나는 그렇게 이유식 재료 하나에도 예민했는지.
왜 TV 소리, 장난감 소리, 누군가의 한 마디에
몸이 먼저 반응했는지.

왜 헬퍼의 표정 하나에도
내 마음이 요동쳤는지.


나는 감정을 머릿속으로만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표정, 목소리, 작은 행동까지
모두 내 마음에 들어와 파장을 일으켰다.


그래서 나는 나름
무심하고 담백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너무 깊이 빠지지 않으려고,
일상에서 한 걸음쯤은 떨어져 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가 잠에서 깬 뒤의 첫 표정,
밥을 먹다가 멈추는 순간의 기색,
낯선 공간에서 머뭇거리는 작은 손짓 하나까지

나는 매번
그 모든 것을 민감하게 느끼고,
마음속에서 되새기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성향이
무조건 버거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의 결이 섬세하기 때문에
아이의 필요를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었고,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도
작은 변화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늘 마음이 바쁘고 긴장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게
INFJ + HSP 엄마의 숙명 같은 일이기도 했다.


남편 역시 INFJ다.
그래서 처음엔
그도 나처럼 예민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민감성 테스트 결과를 보니
남편은 절반 정도만 해당된다고 했다.


그걸 듣고 나는
조금 허무했고,
또 조금은 웃겼다.


어쩌면 나는
나의 감정 깊이만큼
그에게도 같은 깊이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제야 조금,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고,
그는 그니까.


이제 나는
이 섬세한 성향이
나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


예민함을 조절하는 법,
감정을 지혜롭게 다루는 법,
그리고 내 속도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나는 매일같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만큼
깊이 사랑하고,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며 살아간다.


그게 바로
INFJ + HSP 엄마가 가진
아주 특별한 방식의 사랑이다.


내 밥은 잠시 뒤로, 우리 공주님 챙기는 게 먼저인 INFJ HSP 엄마. 그래도 난 이게 더 마음이 좋아

예민함은 약점이 아니라
당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는 힘이에요.

그 마음, 오늘도 잘 지켜가고 계신 거예요.

응원할게요. 같은 결을 가진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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