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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May 30. 2023

복기하는 사람

인생 고수의 조건


고수, 정석, 꼼수, 복기, 자충수, 묘수, 무리수, 미생, 호구, 사활, 초읽기, 활로, 훈수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중 바둑에서 유래된 용어가 많다. 바둑을 일컬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인생이라는 바둑판에서 범인들은 한수 두수 앞 밖에 못보고 장고끝에 악수를 두기도 하지만 고수는 열수 이상을 볼수 있다는 말에 고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져서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먼저 '수'는 돌을 하나 두는것을 말한다. 수에서 파생된 단어는 착수, 수순, 묘수, 꼼수, 악수, 수읽기, 승부수, 강수, 초강수, 무리수 등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한수 한수, 순간 순간의 집중과 선택의 결과가 우리 인생의 방향과 결과를 좌우한다. 그러나 나에겐 무엇보다 승부가 끝난뒤 복기의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영혼을 쏱아붓는 피말리는 대국이후 승패가 갈린다. 이긴자는 승리에 도취되고, 진자는 패배감에 몸부림 칠법도 하나 이긴자와 진자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경기를 다시한번 재현 한다. 이긴자는 승리의 기쁨을 뒤로하고 자세를 바로 잡으며 진자 역시 자신의 실패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승자와 대면한다.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점이 나는  복기의 과정에 있다고 본다. 인생은 한번의 승패가 아니라 과정이다. 매번의 승부에 사활을 걸지만, 결과가 나오게 되면 승자나 패자 모두 배우는 자세로 기해야 한. 승자는 승리의 우월감에 도취됨을 경계하고 패자는 패배감에 빠지지 않고 한수 배운다는 자세로 임한다. 양쪽 모두 자기를 객관화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다시한번 반복을 통해 승리와 패착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강화 한다.


특히 패자에게 복기는 기회이고 선물이다. 우리는 날마다 넘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복기할수 있다. 왜 넘어졌는지? 여기서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기 앞에 가는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울수 있는지?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객관화 할수 있어야 한다. 나 외에 모든 사람들은 상황을 객관화 할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넘어진 사람 스스로가 객관화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실력,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황탓, 환경탓을 한다면  다음번에도 역시 방법도 기술도 없이 스스로를 지킬수 없는 약한 사람이 된다.


인생은 날마나 이기고 지는 싸움의 연속이다. 특히 나의 에고, 자아, 욕심, 욕망과의 전쟁이다. 우리가 순간순간 얼마나 복기에 능한가가 우리의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고 본다. 이겼다고 우쭐하지도 않고 졌다고 우울해하지도 않고 나의 순간적인 감정상태를 넘어 사실과 상황에서 배우는 자세가 그 사람을 결과 이전의 사람보다 발전된 사람으로 만들수 있는 것이다.


복기이후 승자나 패자 모두 시야가 열린다. 경기 이전과 달리 이후의 사람은 그들이 쏱아부은 정신의 진액만큼이나 견고해진다. 기술적으로 정서적으로 영혼에 있어서도 더욱 단단하고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시야가 넓어지는 동시에 시간적으로도 깊어진다. 넓게 보고 멀리 보게 되는것이다. 이전의 나보다 한두수 더 읽을수 있는 사람이 된다. 결과에 일희 일비 하지 않고 과정에 더욱 집중하는 사람이 된다. 시공간을 좀더 초월할수 있는 능력자가 되는것이다.


이제 승자, 패자로 스스로를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날마다 순간순간 겸허하게 복기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겠다. 승리에 도취되지도 패배에 짖눌리지도 않는다. 성공과 실패의 과정으로 부터 배우며  순간순간 성장하는 사람, 조금씩 넓고 깊은 시야를 가지게 되는, 인생의 고수가 될 때 까지..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책속의 인상 깊은 말들]

-인생이라는 진짜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가 승부의 세계를 관통하면서 느낀 생각의 위대한 힘이 필요하다.

-인생에서는 승패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떠하든 최선을 다하며 내길을 가는것이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확고한 생각, 우리 인생을 좀더 가볍고 즐겁게 꾸려나가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채워야 한다.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만으로 우리는 이긴것이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해서 생각해보면 반드시 답은 보인다.

-나는 그저 생각속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내가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답을 찾아낸 것이다.

-패배의 아픔에 절대로 무뎌지지 않는 투쟁정신, 어떻게 보면 이것이 계속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나는 훗날 정상에서 내려와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둑판위에 서있다. 돌을 던지고 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있다.

-오만에 빠진 사람은 결코 고수가 될수 없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고수가 될수 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면 서너수 앞이 안보인다. 수읽기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프로가 되고 싶다면 시간제한이라는 압박속에 성취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초읽기 시간을 넘기는 것보다는 차선의 수라도 놓아야 한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아파도 뚫어지게 보아야 한다. 아플수록 더 예민하게 보아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건 내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이기고 싶다면 이기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배워야 한다. 하나라도 질문해서 그사람의 것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복기는 후회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의 수립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꺼이 컴컴한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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