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탄생'을 읽고
인간은 이야기로 존재하는 동물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나름의 스토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나의 몸, 물질이 아닌 내가 과거에 만든 이야기와 그것에 대한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 소설 만이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가 평소 미래를 상상을 하고, 대화를 하는 모든 것이 스토리다. 인간이 동물의 상태를 벗어나게 된 것도 언어를 매개로 사회를 구성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고 이야기는 세상을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 스토리에는 주인공이 있다. 한 사람의 인생 역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기승전결, 모험과 서스펜스,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는 영화나 우리 인생이나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주인공이 만나는 역경과 그에 대한 반응이 스토리이다. 그런데 왜 저마다 다른 스토리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수많은 주인공들, 우리가 찾아 헤맨 스토리에서 우리가 꼭 가져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같은 환경에서도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나오는 것을 보면 역경 극복의 문제는 역경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 가에 있다. 인간은 저마다 특유의 뇌의 반응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에 다양하게 반응한다. 즉 뇌과학적으로 작동하는 우리의 자동적 반응체계, 성격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것을 스스로 통찰하고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나는 정확하고 옳다, 너는 잘못되었다'는 착각 속에 살지만, 어느 순간,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는 인간의 이중성, 인간의 불완전성 나도 모르는 나의 깊숙한 내면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견고한 자아를 깨면서 까지 마주해야 하는 현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현실, 주인공이 이것을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스토리의 핵심이다.
모든 역경 혹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힘들게 하는 악당은 나의 다른 모습이다. 내가 감추고 싶은 나의 내면의 잠재적 모습이 대응되어 악당으로 표현된다. 악당뿐 아니라 환경으로, 상황으로 나를 시험한다. 문제를 대면할 때, 문제 자체를 나와 이질적인 것으로 보는 것은 이분법적, 흑백논리, 유아적인 대처 방법이다. 성숙한 주인공이라면 내 환경과 상황에 대한 나의 관계성을 면밀히 바라보고 내가 거기서 변화해야 할 것이 없는지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싸움에서 우리는 적극적으로 마주 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 주인공이 해야 할 역할이다. 즉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나를 넘어설 때 가능하다. 이 반응 양상에 따라 다른 스토리가 전개된다.
우리 인생의 스토리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문제를 바로보고 목적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살아가는 운명들이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뤄가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 그리고 하루하루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어떤 결과 값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충만하게 존재함을 순간순간 경험하는 것이라고 많은 주인공들이 이야기한다. 그것이 잡히지 않는 것을 쫓는 인생무상의 스토리가 아니라 풍성하고 유쾌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자기를 깬다. 시지프스처럼 거대한 바위를 무한 반복 옮겨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역시 직면해야 한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나는 맞고 신이 틀렸다고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겸손하게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나를 넘어서는 나를 써 내려갈 수 있을 때, 그 이야기는 조금 더 성숙하고 충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