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시원한 것, 여름이라 그런가요?
자기 존중감이 개인의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기를 존중한다? 자기를 사랑한다? 이러한 자기 존중과 사랑은 어디에서 발현하는 것일까?
즉, 자기 존중감이 높은 사람들은 어떤 관점으로 자기와 환경을 인식하는지,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특징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주위에 일도 잘하면서, 관계도 좋고, 두려움 없이 할 말은 하는, 소위 말해 자기 존중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솔직하고, 같이 있으면 즐겁기 때문에 주위에 친구들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마냥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중요한 일에 있어서는 맺고 끊음이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과한 요구는 거절될 것임을 알기에, 친한 친구라도 언행을 조심하게 되고 무리한 부탁 등은 하지 않게 된다. 즉, 관계에 있어서 인격적이고, 자기 삶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 하면 떠오르는 뜨겁다 할 수 있는 부류는 아니다. 그보다는 시원한 느낌이다. 인간적으로 정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러나 상황이 닥치면 약자를 보살필 줄 알고 그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판단을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감정적이거나 인간적이어서가 아니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그것이 공정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싫은 것은 남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나를 소중히 여기듯 다른 사람도 도구로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 자기 존중감의 기본은 격정적 자기애나 이타심이 아니라 차가운 합리성이다.
합리적인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현실감을 가지는 것이다. 객관적이 되는 것이다. 즉 자신만의 기준과 감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현실감 있는 사람은 내가 나를 바로 본다. 상황을 현실에 근거하여 해석한다. 따라서 일관성이 있다. 스스로 어떤 성향을 부풀려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는다. 또한 자기 멋대로의 기준에 따라 타인을 판단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사람이 인간적이지 않거나 정이 없는 차가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일관성이 있는 선택을 한다. 만일 우리가 기준 없이 판단되었을 때, 때론 좋은 판단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순간의 편향으로 좋은 것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상황에서도 공정한 것이 보다 인간적인 것이다.
반면 현실감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한다. 즉 선입견, 편견,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주관적이고 편향적 판단을 하게 된다.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도 부적절하다. 현실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혹은 과대 평가하게 되어 수행력도 떨어지게 된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대가 없이 베풀기가 힘든 존재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내가 베푼 만큼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무엇인가를 줄 때 인간의 본질을 아는 현실적인 인간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은 상대방의 상황은 고려 없이 자신만의 잣대로 기대를 한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함에 실망하고 서운함과 원망의 감정이 쌓이게 된다.
현실적인 사람은 인간에 대해 스스로의 잣대를 만들지 않는다. 내가 좋으면 기대 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움이 생기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뇌과학에서 타인에 대한 인식은 자신을 인식하는 기관에서 동일하게 수행된다고 한다. 즉 나를 존중하는 사람이 타인도 존중할 수 있고, 스스로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같은 것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만이 나에게도 친절하고 관대할 수 있다. 만일 타인에게 친절하지만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 혹은 같은 이유로 타인을 비난하면서도 자기애가 높다 하는 사람들은 그런 척을 하는 것일 뿐,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타인 혐오는 자기혐오의 투사라고 한다.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차마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타인을 자신만의 잣대를 들이대 미워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자신이 미처 드러내지 못한 속성을 미워하는 것이며, 이는 낮은 자기 존중감을 나타낸다. 우리는 현실적이고 투명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보지 못하여 다른 사람을 통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무시하는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바로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기 존중감이 낮고 타인과의 관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관점을 위해 우리는 차가운 이성을 발동해야 한다. 좀 더 현실적이 되면 나는 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객관적일 수 있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타인과, 세상을 해석하는 것에서도 합리적이고 공정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은 뜨겁고 감정적인 것이라기보다 조금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한여름이라서 그런가? 말하자면 사랑은 뜨겁거나 혹은 차갑지도 않고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시원한 느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