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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Jul 09. 2023

체력장의 추억

몸치의 수영 도전기


50 평생 첫 스포츠 강습, 수영  


나는 지긋지긋한 몸치다. 몽둥이 같은,  뻣뻣한 몸뚱이는 학창 시절 늘 나를 좌절케 했다.

고등학교 시절 100미터 22초,  무용점수는 F


선천적으로 유연성과 운동감각이 없는 터인 데다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고등학교까지의 의무 과정인 체력장은 나에게 빅엿을 안겨주었지만, 의무교육 이후에는 운동과는 담을 쌓고 별다른 불만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오십이 가까우니 몸이 여기저기 말을 듣지 않는다. 허리디스크, 목디스크와 함께 뻣뻣한 몸뚱이는 나의 코어를 망가트렸다. 나이 들어 고생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했다.







누구나 다 알고는 있다. 생업을 위한, 돈 벌기 위한 활동 외에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활동, 삶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여가 활동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해 다짐에 꼭 들어가지만 살다 보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들 말이다.  


운동? 독서?  


삼사십 대부터 하면 좋았을 것들이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왜 달랐는지, 남다른 인생 목표가 있었던 것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낸것도 아닌데 왜 쫓기듯 살아왔던 것일까?


50이면 반환점이다. 반환점에 서서 보니 시작점부터 서있는 이 자리까지 내가 걸어온 길은 뿌연 운무가 뒤덮인 듯하다. 이제 나에게 온 내 반쪽 남은 인생 티켓을 쥐고 반환점에 서있다. 그 길로 그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방향전환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내가 나를 어떤 길로 인도해 왔는가를 보면 답은 이미 던져져 있다.  


지난 50년이 너무 억울하니까 두배로 더 행복하기로 했다. 나에게 다양한 맛을 보여주고, 가보지 않은 길을 경험시켜 주기로 했다.






허리에 좋다는 수영 첫 수업.. 그러나 몸치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의 굴욕이 트라우마로 스멀대며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젊은 남자와 나, 오늘 수영강습에는 두 사람의 신입이 있었다. 남자는 오늘 처음 수영을 배운다고 하는데, 어이없게 첫날부터 물살을 가른다.


다른 사람들의 진도를 방해할 수 없기에, 뒤처진 나는 수영장 구석에서 홀로 잠수 훈련을 명 받고 첫 강습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물을 많이 무서워하시는 것 같은데 오늘은 물에 적응하는 훈련 중점으로 하실게요'  한 시간 내내 수영장 모서리를 붙잡고 물에 들어가 숨 참는 훈련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이를 먹고 다양한 경험을 한 짬빠로 운동을 배우는데도 요령이 생겼나? 한 시간 동안 잠수 훈련만 했지만 물과 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물속에서 반복해서 잠수하면서 물의 특성을 이해하려고 몸으로 부딪혀보니 물속에서 숨 쉬는 법, 물에 뜨는 법 등이 감이 잡히면서 물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강습후에는 물이라는 세계가 궁금해지고 물과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에 다음 강습이 기다려 지는 해괴한 일이 일어낫다.


몸과 마음과 세계와 물질과 경험이 어우러진 활동, 나에게 주는 새로운 경험, 나는 그 경험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달리기 매번 꼴찌를 도맏고 무용선생님조차 점수주기를 포기한 의기소침함으로 인해 나는 더욱더 주눅 들었고 아직까지도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런 내가 운동 시간이 기다려질 줄이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부끄러움 많던 내가 이제는 외적인 것이 아닌, 나 자신에 집중하게 된 것이 이유인 것 같다. 내가 경험하는 사물과 나의 관계에 집중하니 탐구심이 생기고, 궁금함이 생기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시절 남들과 다른 나의 무능이 부끄러워 움츠렸다면, 이제는 다른 것이 아닌,  나와 내가 만나는 세계에 대하여 좀 더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나를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시켜주는 것과 다름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나의 가능성을 막고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거리낌 없이 모든 가능성에 나를 열어두고 나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리라.  


수영 다음엔 줌바 댄스라도 배워야 하나?  

시작이 반이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왜 그런지 알고 싶어 진다.


자전거,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철인 삼종 경기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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