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필수과목 총량 법칙
모든 이들에게 각각의 분야에 있어 삶 전체를 통해 채워야 할 총량이 있는가 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초콜릿 박스처럼, 어느 누군가는 다크초콜릿을 먼저 먹고 어느 누군가는 밀크초콜릿을 먼저 먹는 순서가 다를 뿐이다.
반평생을 몸꽝 몸치의 최정점에 있던 내가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라 그런가?
작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이번달부터는 수영을 배우고 있다. 물론 강습에서 제일 진도가 늦은 거북이지만 수영 영상을 찾아보고 다음엔 도전할 또 다른 종목을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고 사람은 역시 변해야 맛이지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서가에 서면 마크롤렌즈의 '철학자의 달리기' 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류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나이가 들어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니 내 몸 돌보기에 관심이 생긴 것 같다.
풍성할 때는 모른다. 사람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것은 아픔과 결핍이다. 고통과 아픔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고통과 아픔을 인정하게 되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노선을 선택하는 용기를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이가 들고 주변 어른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어느 순간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가 죽음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삶에 더욱 예민하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 노쇠해진다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는 것일 뿐 아니라, 달리 생각하면 한 사람의 일생에 풍성함을 선물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삶에 더욱 예민해지고 인생의 다양함을 맛볼 수 있다.
비록 겉모습은 낙엽과 같이 메말라 갈지라도 그 영혼은 어린아이의 속살같이 더 민감하고 보드랍게 되길 바란다. 운동은 우리의 땀과 숨 참기의 고통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내일의 근력으로 보답한다. 몸 근력, 마음 근력, 생각 근력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연결이 되어 있다. 특히나 중년기 이후에는 말이다. 생각을 잘하고 마음을 잘 쓰기 위해서는 그것을 담는 몸이 중요하다. 늙지 않은 사고를 하기 위해 몸을 돌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키운 근력은 우리의 일상을 돕는 좋은 친구다.
인생은 열어보지 않은 초콜릿 박스와 같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쓴 초콜릿만을 먹어서 인생에 실망과 패배감이 나를 지배했다면 이제는 남은 달콤한 초콜릿을 먹을 차례다. 누구나에게 주어진 인생 총량의 법칙에 나를 소외시키지 말라. 나의 달콤한 인생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