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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Jun 27. 2023

근원적 신뢰감

고지식한 팀장의 성장일기


하루는 대화중 팀원이 나에게 말했다.

'... 팀장님은 저를 못 믿으시는 것 같아요...'


사전 보고 없이 근무시간 중 병원에 잠시 다녀온 것을 알고 다음부터는 작은 일에라도 보고해 주길 바란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입장에서는 자기를 믿지 못한다고 느꼈다는 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 난.. 그게.. 아니라...'


내 맘을 몰라주는 팀원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항상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

평소 나의 태도와 언어와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신뢰가 삶에 가지는 의미와

내 삶의 근원적 신뢰감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말이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기본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다.

나와 타인,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를 얼마나 믿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타인을 신뢰하는가?


신뢰를 두고 다시 한번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제삼자의 눈으로 들여다보았다.

돌아보건대 나의 디폴드 값은 신뢰보다는 불신에 가까웠던 것 같다.

신뢰/불신에서 기본 값은 신뢰가 마땅한데도 말이다.


나는 나를 잘 믿지 못했다.

내 존재의 소중함과 가능성을 잘 믿지 못해서 불안하고 안절부절이다.

스스로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소극적이고 회피적이고 목소리가 작다.

소극적이고 회피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 어렵고 시도해도 책임지기 어려워한다.

따라서 동기, 과정, 성과의 흐름이 좋을 리가 없다.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감도 없는 편이다.

따라서 웃을 일이 많지 않고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을 잘 믿지 못했다.

무엇에든 의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옳고 그름을 파헤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을 경멸하며 합리성과 효율성을 따진다.

일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하고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업무 뒤로 미루고 말이다.


어찌 보면 일처리에 있어 꼼꼼함과 정확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타인의 정서와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밀어붙인다면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당연히 자기를 믿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껏 내가 고수한 나의 방식들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하였다면

이제는 진지하게 노선을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세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타인의 세계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내가 신뢰로운 관계를 원하듯 신뢰는 스스로에게 또한 인간 사이에 기본값이다.

어떤 이유와 사정과는 상관없이 무조건적 신뢰를 디폴트로 장착해야 한다.


나는 얼마나 나를 신뢰하는가?

나는 얼마나 타인을 신뢰하는가?

나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빛가운데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나는 믿는다. 내 안의 신뢰의 싹이 조금은 자라났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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