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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Aug 28. 2023

자기 존중

수영을 배우며 나를 알아간다.


수영강습 2개월 차



역시 나는 타고난 극상위 1% 몸치였다.

수영 강습 시작 후 2개월이 꽉 찼는데 발차기가 어렵고 팔 돌리기 2번이 안된다.


 

그러나 좌절 금지! 처음의 나와 비교하면 많이 늘었다고 스스로를 격려한다. 강습 첫 주, 물속에 들어가면 호흡이 안 돼 머리가 깨질 듯 아팠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무엇보다 신나는 것은 물에 들어가서 물에 몸을 맡기는 것이 재미있어진 것이다.  



사람마다 세포 하나하나  다르게 만들어지고 선천적인 능력치도 천차만별, 후천적인 의지력도 모두 다르다.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 순간순간 저마다의 그래프를 그려가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스타팅 포인트는 모두 다르다. 불공평한 게임에 내 던져진다.



그러나 시작점 보다 중요한 것은 기울기다. 시작점의 위치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상승과 하강의 흐름은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는 것, 부족함을 직면하는 것, 그 과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수영선수 할 것도 아닌데 내가 만족하면  됐다.



성인이 된 후 난생처음 스포츠를 배우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혹은 과감하게 몸을 맡기는 것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느낀다. 생각이 많으면 행동하기 어렵고 생각 없이 행동하면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앞으로 전진이 가능하다.


회원님들 하는 거 잘 보면서.. 주저하지 않고 과감히 음 파~~ 꼬르륵 ㅠ


    

배운 것, 원리를 생각하고 그것을 과감하게 몸으로 실현해 본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내 몸에 익혀 간다.

의미충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나름의 맥주병 수영 이론을 임상 실험 중이다.  


 

이쯤 되면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두달 동안 오미터도 못가는 것을 보면 소질 없다, 종목을 바꿔 볼까? 할수 잇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려는 습성이 줄어든 것 같다. 도전한다는 것,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은 숱하게 격은 좌절과 절망의 경험치이리라.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실패와 좌절의 쓰라림은 몸과 마음에 녹아서 단단한 나이테가 되고 근육이 된다.








수영을 배우면서 나를 돌아본다. 동시에 나를 돌본다.



지금까지 타인의 요구,  외부의 잣대에 나를 끼워 맞춰 살았다. 나는 나에게  무관심하고 차갑고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내면의 소리를 억압하고 들으려 하지 않고, 쓰러질듯 힘든 상황에도 살피는건 뒤로 미루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현재의 나를 돌보지 않고,     

어쩌면 신기루와 같은 미래의 보상을 위해 나를 갈아 넣었다.



내부의 욕망이나 목적이 아닌 타인의 욕망과 기준을  쫓기 때문에 어떤 일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고 성과도 못 미친다.



계획 없이 사는 삶, 여유가 없는 삶, 행복하지 않은 삶의 이면은 내가 설정하지 않은 물질적, 사회적, 관계적 욕망의 허상을 쫓으며 나의 진정한 욕구가 아닌 것을 쫓기 때문이다. 숨 가쁘게 달려 인생의 전환점에 돌아보니 속살은 영글지 못하고 덩그러니 껍데기만 남은 나를 발견하였다.



이제는 돌아와 내 인생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손님인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좋은 것으로 대접하며 살리라.  







수영을 배우면서

나의 몸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몸의 근육과 마음 근육이 붙는 느낌이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은 학문뿐 아니라 운동에도 있음을 알게 되면서, 운동과는 거리가 아주 먼~ 정적인 성향으로 50년을 살았는데 이제는 동적으로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음 도전은, 서핑!!  콜~~

잠깐만요 발차기 먼저 마스터하시고 가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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