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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무덤은 없다.

나의 마음 들여다 보기

by 푸른페스큐

종종 사람이 이유없이 미워질 때가 있다. 최근에도 어떤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서 왜 그럴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 사람은 누가 봐도 좋은 사람이고 객관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둘 사이의 관계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그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고 거리감이 느껴지면서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졌다.


우선 그 사람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그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코칭시연을 하였다. 1차적으로는 코칭을 마치고 반응이 별로 였던 것에 서운함을 느낀것 같다. 곰곰이 서운함의 이면에 나의 불편한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살펴보니 나의 '과대 자기'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성공해야 하는데' '나는 잘 하는 사람'인데 나와의 코칭에서 반응이 없는 그 사람이 미워졌던 것이다. 어떤 프레임인지 살펴보닌 그사람을 나의 과대 자기에 손상을 입힌 사람이고, 심지어 나와 반대 편에 서 있는 공격자라고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해석으로 사서 전쟁을 하는 나의 마음, 과연 이것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신생아는 울때 젖을 물려주고 배설하면 갈아주는 양육자의 돌봄을 받으면서 스스로 전능하다고 생각한다. 정상적 발달단계를 거치면서 양육자의 적절한 반응과 돌봄에 따라 유아의 자기 전능감은 보다 현실적인 기대로 전환 된다. 다른 사람들이 신생아기의 양육자와 같이 마냥 자기의 욕구를 충족해주는 대상들이 아니라 각자의 선호가 있는 독립적 개체 라는 것을 통합하게 되고 타인을 외부의 대상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일관되지 못한 양육, 거부적 반응, 방임 심지어는 학대당한 아이들은 해당 발달단계에 자기 전능감에 대한 적절한 충족이 없이 성장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전능감을 버리지 못한다. 즉 무의식적으로 자기 전능감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


이런 유아적 과대자기는 전능함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인정을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자기 전능감을 채워주지 못하는 대상에게는 부정적인 감정, 실망과 거리감을 느낀다. 이런 인지적 왜곡으로 인해 수 많은 상황과 관계에서 좌절을 겪을 것이고 대인관계에서 오해가 쌓일 것이다. 이해받지 못한다는 좌절로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려는 성격으로 발전하거나 반대로 막무가내로 자기 주장을 펼치며 갈등을 첨예화 할 수 있다.


관계에서 이유없이 사람이 싫어지거나 이해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뭔지 모른 이유로 회피하고 싶어질 때 내가 어떤 상태인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나 역시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 때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였는데 이렇게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러한 감정의 기원이 왜곡된 자기상에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웠다. 충족 받지 못한 자기 전능감은 스스로 인정해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강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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