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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꿈을 이루었네

꿈은 나를 따라 다닌다.

by 푸른페스큐



평일 한적한 시립 도서관의 인구 구조는 60대 이상의 남성이 7할은 되어 보인다. 일부 중년 여성들과 젊은이들도 있지만 거의 대다수가 은퇴 이후의 남성들이다. 70대 이상의 노인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고 일부는 컴퓨터석에서 인터넷, 정치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사람도 많다.


요즘 매일 도서관에 오다보니 매일 보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떤 삶이 그들을 이곳으로 오게하였고 이 한공간에서 마주치게된 우리들은 작은 한스푼의 맛이라도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5년전 나는 서울서 혼자 자취를 하면서 대학을 다녔고 대학을 졸업할 때쯤 IMF가 터졌다. 당시 쉽지 않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기억이 난다. 이력서 제출을 반복하면서,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고 터덜터덜 돌아오면서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탈모와 수면 장애로 고생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때 남산 근처에 사는 관계로 취업준비를 하며 남산 도서관에 다녔다. 6개월 이상 이력서 제출, 서류 탈락, 면접 탈락 등 힘든 취업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 생활과 반복되는 취업 실패에 황폐해졌고 이력서를 쓰기위해 간간히 들렀던 도서관에서 책보는 할아버지들이 정말 부러웠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때의 꿈이 아침에 도서관에 출근하는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다.


그 후 20년이 훌쩍 지났다. 자발적 퇴직후 1년 나는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도 도서관에 느즈막히 와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에코백을 메고 도서관에 오는 할아버지, 중년의 여성들을 보면서 남산 도서관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차차!! 그러고 보니 그때 남산 도서관에서의 무기력함에서 탈출구로 생각했었던 꿈을 이룬것이 아닌가? 힘든 과정에서 별 생각없이, 아니면 정말로 바닥으로부터 원했기 때문에 내밷은 나의 꿈 하나가 이렇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니 꿈은 실현되라고 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년 이상 그렇게 바쁘게 어느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만났는지 잊혀질 테지만 나의 꿈은 나를 따라 다녔던 것이다. 다시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은 나와 조금은 떨여져 보여도 언젠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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