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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Dec 01. 2024

[24.11.18-26] 인도 학교 생활

 - American Embassy School


인도 대기 오염이 심해지며 학교가 하루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 곳곳에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갖추고, AQI 지수를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와중에 특정 장소 몇 곳에서 AQI  200이 넘는 곳이 발견되었기에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6년 이후 대기 오염으로 인한 온라인 수업은 처음이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에 선생님들과 교직원들과 경황이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초등학교는 오전에 15-30분 아침 조회를 마치고 아래 표에서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해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으로 하루 공부 끝!!

(중, 고등학생은 예외 없이 매시간 출석체크를 하며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2학년 자율학습 표

자율 학습인 덕분에 우리 집 초등학생들은 설렁설렁 과제 몇 개 하고 영화관으로 튀어서 하루 재밌게 놀았구먼.

학교 땡땡이만큼 신나는 일이 없지.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성실함만큼은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해야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성취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이가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해 주고,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때론 일탈의 즐거움도 알게 하고

엉뚱한 일들도 벌이고

낯선 경험도 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미션도 제공하고


하루라는 시간 동안,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아이가 나비가 되어 사회에 나가기 전

애벌레와 고치의 시간을 

즐겁고, 바르고, 다양하게 보낸다면 


나비가 되어 

혼자 나는 하늘이 덜 외롭고, 

더 찬란하고, 

더 감사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사랑하고,

열린 자세로 세상과 사람을 대하고,

작은 일들에 감사하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어른으로 자라는 일.


언젠가 부모 품을 벗어나 

독립을 할 아이들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오늘 나는 아이들과 영화관 땡땡이를 쳤다!!!!!!!!


- 이상 땡땡이를 위한 변명 끝...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에 아쉬웠던 단 한 가지!!!

그날이 하필 학교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Kailash Satyarthi가 와 강의를 하는 날이었다는 것! 

그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말랄라와 같은 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고 한다. 

도서관에 마련된 그와 관련된 책자들


강의 전, 아이들에게 그의 책자를 나눠주어서 초4인 딸아이도 이 책을 읽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만나 그의 인생과 성취, 업적을 직접 듣는 기회가 흔치 않을 텐데.

아직까지도 언제 그 강의를 다시 할지 알 수 없다. 

부디 학교에서 다시 기회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자극과 가르침이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초등학교는 토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생님과 학부모, 아이들이 소통을 한다. 

종종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했던 것들을 올리고, 그에 관해 글을 써서 

학교에서 뭘 배우고, 뭘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있다. 


솔직한 심경으로는 

'매일 노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뭔가 많은 것들을 하고는 있구나' 싶은 안도를 주는 순간이다. 

학교 방침 상, 숙제가 없고, 학업에 관한 부담이 없는 국제 학교. 


그래도 그 안에서 아이는 즐겁게 놀멍쉬멍 자라고 있겠지...

그래... 믿는다.... 아이야...

초4 아이가 수학 시간에 토들에 작성한 내용


고등학교 IB과정에서 Theater를 수강하는 아이들이 함께 연극을 준비해 극을 올렸다. 

갈까 말까 고민하던 와중에 지인이 사정이 생겨 표 몇 장을 주셔서 핑계김에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봤다. 


무대를 꾸미고, 조명과 음향을 담당하고, 브로셔와 연극표까지 디자인을 하고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그 모든 일을 아이들이 함께 준비했다고 한다. 


다행히 아는 내용이라 영어로 빠르게 내뱉는 대사들을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연극을 관람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대사 전달이 잘 안 돼서, 연극 관람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긴 시간 집중해 재밌게 봐서 다행이다. 


서툴러도, 무대에서 하는 실수에 함께 웃고 격려할 수 있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재미가 있어 영화와는 또 다른 연극만의 묘미가 있다. 


다행이다. 

문화생활이 척박한 인도에서 즐거운 추억이 또 하나 늘었다. 


연극 시작 전 무대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낸 기특한 배우들



큰아이가 고등학교 오케스트라 현악부에서 더블베이스를 연주한다. 

한국에선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가 중학교 2학년 때 시험 기간이 연주회와 겹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만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학업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때 음악 활동을 함께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제 학교에 다니며 감사한 점이 고등학생임에도 오케스트라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공자가 될 것도, 대단한 음악가가 될 것도 아니지만

그저 일상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순간이 아이의 일상을 좀 더 다채롭게 해주지 않을까.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소리를 맞춰가며 

함께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자신의 악기 연주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화로운 음을 만들기 위해 나의 소리를 줄이고, 크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어쩌면 

오케스트라의 베이스 연주자로서의 역할과 비슷할 때가 많다는 걸 

아이가 그 안에서 배워나갔으면 한다. 


함께 한다는 것.

세상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한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세상에서도 어우러져 살아가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길...


연주회 후, 

아이는 자기 파트에서 실수를 했다며 속상해하고, 안타까워했지만

그 순간에 

아이는 후회와 반성을 통해 또 한 걸음 성장해 냈을 것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맨 앞자리에서 연주회를 듣는데

막둥이가 점점 몸이 무너지더니

"엄마~ 나 졸려" 속삭인다. 


"자면 안 돼. 맨 앞이야. 부끄러운 거야.." 했는데도

막둥이의 고개가 떨어진다. 

막둥이를 깨우는데...


"엄마! 나 안 잤어. 꿈에서도 음악을 들었어.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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