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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 Dec 06. 2024

[24.12.4] 인도 델리에서 지하철 타기

영어 수업 필드 트립 가는 날. 

오늘의 목적지는 찬드니 촉(chandni chowk) 재래시장



학교 근처 지하철 역에서 출발해 델리 지하철을 타고 찬드니촉 역까지 가기로 했다. 

덕분에 대다수가 인도에서 처음 지하철을 타보았다. (나는 두 번째, 친구랑 사우스 포인트 몰 근처에서 사이버허브까지 지상철을 타보았지. 짧은 구간이었고, 낮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서 쾌적했다. 다만 인도에서 지하철을 처음 타보고 우리 이외에는 다 인도인뿐이라 좁은 공간에서 어색하고, 긴장했던 시간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찬드니 촉을 가보자는 선생님의 말에 난색을 표현했던 사람도 있었다. 

이는 인도 길거리를 걸어볼 기회가 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고, 횡단보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소와 사람, 오토바이와 릭샤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무질서.


하지만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인도 지하철은 땅 위와는 달랐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인도 땅 속 세상을 되려 평화롭고, 정돈되고, 깔끔했다. 

지하철 입구에서도 여지없이 보안 검색이 이뤄졌다. 


짐 검사와 몸수색을 통해 모두의 안전을 도모한 후 지하철역 안으로 입성.

9시 반 경,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지하철역 안이 한산했다. 

매표소에서 목적지를 이야기하면, 이동 구간에 따라 부과된 요금이 기재된 지하철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인도의 지하철표는 하얀 종이에 바코드와 요금이 인쇄되어 나온다. 

힌디어가 가득이라 읽을 순 없다. 

한국의 지하철 시스템과 유사하게 지하철 타기 전, 타고난 후 두 번에 걸쳐 지하철 표 바코드를 인식하고 출입이 가능하니 표를 꼭 챙겨야 한다. 

지하철역 안이 내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다. 

도대체 뭘까. 

이 사람들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왜 길거리는 그렇게 방치하는 걸까. 


인도 같지 않은 곳들을 가게 될 때면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든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안 하는 걸까 싶은 마음.

우리는 선생님의 인도 하에 자연스레 가장 첫 칸인 여성 전용칸에 탔다. 

인도에도 여성 전용칸이 있는 줄 몰랐네.

덕분에 지하철 안에서도 편안히 있을 수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남자들의 시선, 남자와 좁은 공간에 있는 걸 불편해하는구나.

한국도 아니고 낯선 인도라 더 그런 마음이 커졌던 걸까. 

지하철 안에서 내가 내릴 역을 확인할 수 있어서 편했다. 

델리 안 주요 관광지들도 지하철로 이동 가능하니, 여행객들에게도 지하철이 좋은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평생 짧은 거리는 내 두 발로 걷고, 가능하면 대중교통 타고 이동하며 짐이 무겁거나 장거리 갈 때나 차 운전해서 다녔었는데, 

인도 11개월 만에 기사가 운전하는 차만 타고 다니니 그 편함에 익숙해져 버렸나 보다. 


기사가 연락이 안 되면 발이 묶이고, 

아이들 학교 오가느라 그 시간 동안 내가 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여러 불편함들이 사실상 대안이 없어서, 

그 안에 안주하고 살았다. 


그나마 짧은 거리는 걷고, 릭샤도 타고 다니고

차가 이동할 수 없을 때면 우버도 타고


혼자 씩씩하고, 용감하게 인도를 헤쳐나간다 생각했는데, 


오늘 지하철이 또 다른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혼자 지하철을 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 안에 여전히 작은 불안과 걱정이 자리 잡고 있나 보다. 

스크린도어가 있는 지하철역

인도 지하철이 예상외로 깨끗하고 괜찮았으니

다음엔

인도 기차에 도전해 봐야겠다. 


기차가 쾌적하기만 한다면야 

인도 국내 여행이 더 수월해지고

내가 갈 수 있는, 가고자 하는 인도 여행지가 더 늘어나겠지.


앗싸~


조만간 카주라호에 가고자 했는데, 기차표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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