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업 필드 트립 가는 날.
오늘의 목적지는 찬드니 촉(chandni chowk) 재래시장
학교 근처 지하철 역에서 출발해 델리 지하철을 타고 찬드니촉 역까지 가기로 했다.
덕분에 대다수가 인도에서 처음 지하철을 타보았다. (나는 두 번째, 친구랑 사우스 포인트 몰 근처에서 사이버허브까지 지상철을 타보았지. 짧은 구간이었고, 낮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서 쾌적했다. 다만 인도에서 지하철을 처음 타보고 우리 이외에는 다 인도인뿐이라 좁은 공간에서 어색하고, 긴장했던 시간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찬드니 촉을 가보자는 선생님의 말에 난색을 표현했던 사람도 있었다.
이는 인도 길거리를 걸어볼 기회가 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고, 횡단보도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소와 사람, 오토바이와 릭샤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무질서.
하지만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인도 지하철은 땅 위와는 달랐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 인도 땅 속 세상을 되려 평화롭고, 정돈되고, 깔끔했다.
지하철 입구에서도 여지없이 보안 검색이 이뤄졌다.
짐 검사와 몸수색을 통해 모두의 안전을 도모한 후 지하철역 안으로 입성.
9시 반 경,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지하철역 안이 한산했다.
매표소에서 목적지를 이야기하면, 이동 구간에 따라 부과된 요금이 기재된 지하철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인도의 지하철표는 하얀 종이에 바코드와 요금이 인쇄되어 나온다.
힌디어가 가득이라 읽을 순 없다.
한국의 지하철 시스템과 유사하게 지하철 타기 전, 타고난 후 두 번에 걸쳐 지하철 표 바코드를 인식하고 출입이 가능하니 표를 꼭 챙겨야 한다.
지하철역 안이 내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다.
도대체 뭘까.
이 사람들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왜 길거리는 그렇게 방치하는 걸까.
인도 같지 않은 곳들을 가게 될 때면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든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안 하는 걸까 싶은 마음.
우리는 선생님의 인도 하에 자연스레 가장 첫 칸인 여성 전용칸에 탔다.
인도에도 여성 전용칸이 있는 줄 몰랐네.
덕분에 지하철 안에서도 편안히 있을 수 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남자들의 시선, 남자와 좁은 공간에 있는 걸 불편해하는구나.
한국도 아니고 낯선 인도라 더 그런 마음이 커졌던 걸까.
지하철 안에서 내가 내릴 역을 확인할 수 있어서 편했다.
델리 안 주요 관광지들도 지하철로 이동 가능하니, 여행객들에게도 지하철이 좋은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평생 짧은 거리는 내 두 발로 걷고, 가능하면 대중교통 타고 이동하며 짐이 무겁거나 장거리 갈 때나 차 운전해서 다녔었는데,
인도 11개월 만에 기사가 운전하는 차만 타고 다니니 그 편함에 익숙해져 버렸나 보다.
기사가 연락이 안 되면 발이 묶이고,
아이들 학교 오가느라 그 시간 동안 내가 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여러 불편함들이 사실상 대안이 없어서,
그 안에 안주하고 살았다.
그나마 짧은 거리는 걷고, 릭샤도 타고 다니고
차가 이동할 수 없을 때면 우버도 타고
혼자 씩씩하고, 용감하게 인도를 헤쳐나간다 생각했는데,
오늘 지하철이 또 다른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혼자 지하철을 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 안에 여전히 작은 불안과 걱정이 자리 잡고 있나 보다.
인도 지하철이 예상외로 깨끗하고 괜찮았으니
다음엔
인도 기차에 도전해 봐야겠다.
기차가 쾌적하기만 한다면야
인도 국내 여행이 더 수월해지고
내가 갈 수 있는, 가고자 하는 인도 여행지가 더 늘어나겠지.
앗싸~
조만간 카주라호에 가고자 했는데, 기차표를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