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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성현 Jan 03. 2021

공포영화 리뷰: 그 남자의 집

★★★★


그 남자의 집. His house라는 영제 그대로입니다.


주인공 부부는 부족간 내전이 일어나는 수단을 빠져나와 영국으로 도망온 이민자입니다. 이민자가 처한 심리적 상황을 표현하는 표현으로 항상 떠오르는 말이 있어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제목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Angst essen Siele Auf>입니다. 자신이 온 곳으로 돌아갈 수도, 지금 발을 붙이고 있는 곳에서 완전히 환영받지도 못하는 채 끊임없이 이 사회에 자신이 정상 시민으로서 필요할 것임을 증명해야 하는, 남들보다 심한 통제와 차별 아래서 몇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정신을 갉아먹혀 가는 그런 상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말이라고 느껴지거든요.


이 영화는 그런 불안한 상황을 공포와 불안의 요소 중 하나로 취합니다. 남자 주인공 볼이 이민 당국에게 반복하는 말이 있어요. 그 남자의 집이 실은 그 남자의 집이 아님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 집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계속 이 나라에서 살기 위해선 이 집을 벗어나선 안 되니까요. 자신의 집에 갇혀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볼은 계속해서 선언합니다.


We're not going back.
우린 돌아가지 않아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돌아가지 않기 위해선, 영국의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이 집에 계속 있어야 하는데, 이 집에는 유령이 있습니다. 이 유령은 볼과 리알이 수단에서 빠져나오며 겪었던 상황-좀 더 정확히는 그들이 빠져나오기 위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의식과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포스터에 적힌 말을 다시 읽어 볼까요.


When ghosts follow, they never leave.
따라오기 시작한 유령은 떠나지 않는다.


이 집의 유령이 주는 공포는 성경을 읽고 구마를 하고 가족이 서로를 믿고 사랑함으로서 물리칠 수 있는 그저 그런 유령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종류입니다.


조만간 보수적인 공포-사회에서 소외된 것들이 돌아와 '정상적'이며 '평범한' 사람을 공격함-와 다른, 소수자의 공포를 다룬 영화들을 묶어 소개할 계획이라, 이에 대한 이야기는 그 때 더 자세히 적게 될 것 같네요. 공포영화 리뷰 란은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이 영화 볼까 말까'에 대한 조언을 적어 보자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어서요.


결론적으로 보고 나면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입니다. 위에 적었듯 따라오기 시작한 유령은 떠나지 않으니까요.


★★★★ 8/10 공포의 요소들이 훌륭하게 공존하며 시청자를 잠식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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