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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꽃이 피는 커다란 정원이다.

민주항쟁 테마 전시관

by 김태형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꽃이 피다.

1951년 10월 1일에 영국 더 타임스에는 War and Peace in Korea라는 기사가 실립니다.

6.25 전쟁의 결과 예측과 한국 평화의 가능성을 논하며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가 자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한국의 폐허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생겨나길 기대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다"라고 아래 사진과 같이 평한 기사입니다.


이 문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지 1955년 10월 유엔 한국 재건 위원회(UNKRA)에 참여한 벤가릴 메논 인도 의원이 전후 한국을 일주일 정도 시찰하고 후일담을 증언하며 “한국에서 경제 재건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라고 이 문구를 인용했다고 합니다. 후에 1960년 4.19 혁명,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났을 때에도 외신은 쓰레기통 속 장미에 빗대어 한국 소식을 전했습니다.

1966년 미국의 언론인 출신 해외 홍보청장 칼 로완(Carl Rowan)은 6.3 항쟁과 한일기본조약 등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가리켜 쓰레기통 속 장미를 언급하는 내용의 논평을 12월 14일 자 이브닝 스타 지에 기고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라는 문구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나무위키 내용, 사진 인용)


그런데 놀랍게도 1966년으로부터 이 십 년이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승리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꽃망울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공히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장을 모두 이룬 국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987년 6월 항쟁으로 인한 직선제 개헌으로 이룬 민주주의 꽃은 갑자기 피었던 걸까요?

꽃이 피기 위해서는 좋은 흙, 따스한 햇빛과 충분한 물, 적당한 바람이 부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1987년 이전에 우리 선배들이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전하는 전국의 민주주의 테마 전시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은 안타깝게도 윤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루어진 날이네요. 결과는 ‘파면’입니다. 헌법수호정신을 위배함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결과로 보입니다. 어쨌든 한 나라의 대통령도 파면하고 당사자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민주화된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힌 것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민주항쟁 관련 전시관을 살펴볼까요


3.8 민주의거 기념관(대전)

1960.3.8 대전에서 시작된 학생 민주화 운동을 기리는 민주정신 기념관으로 학생들의 용기와 선택이 민주주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공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과거의 민주 정신을 되새기고, 현재 민주 시민으로서 역할을 고민하며 ‘지켜야 할 가치’로서 민주주의를 이해하게 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민주항쟁기념관(부산)

부산의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기념관입니다. 특히 부산하면 박정희 정권 하 부마항쟁으로 기억되는 중요한 곳입니다.

나는 얼마나 민주적인 사람인가?라는 전시부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광주 518 기념관, 전일빌딩 245, 518 민주화운동기록관(광주)

대한민국 민주항쟁의 역사에 꼭 기억되는 곳, 바로 광주입니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의미와 역사를 되새기기 위해 조성된 전시관입니다. 이곳에서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희생자 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는데, 단순한 과거의 아픔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곳입니다.

광주시내에 위치한 또 한 곳, 전일빌딩은 광주시 금남로에 소재한 빌딩으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공간이며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암울했던 역사적 진실과 증거를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이외에도 전국에는 많은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전시관이 있습니다.

마산 315 기념관, 김영삼 및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전시관,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홍보관, 울산 민주화 운동 기념전시관 등이 손에 꼽을만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사회를 물려주어야 하나?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을 거쳐 유신독재 하에서 중년의 생을 보내셨습니다. 무서운 시대를 사셨네요.

70년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80년 민주화의 열망과 저항을 살짝 맛본 세대라 할 수 있겠고. 부모와 형님들이 저항하며 피로 만든 민주주의사회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후 소고기수입, 미선이 효순이 사건, 탄핵 사건 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태어나 자라고 있는 우리 자녀들은 어떨까요? 어느 정도 민주화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인권의 중요성을 교육받으며 자라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사회가 다시 70년대의 유신시대로, 80년대의 군부독재시대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것이 50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 기성세대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자랑할 만큼 전쟁의 참혹함을 딛고 경제성장과 민주사회구현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국가입니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주문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그래서 건강한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겠구나.


중요한 건 이 민주화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시민이 참여와 감시의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재판관의 판결문에도 있듯이 시민들이 달려와 군을 막았다는 대목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물론 전 그 자리로 달려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숙된 우리 사회의 시민들 일부는 적극적 참여와 감시를 통해 민주주의를 지켜 내게 됐습니다.

그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꽃은 가꾸지 않으면 금세 시들어 죽습니다 우리 모두 대한민국에 핀 민주주의의 꽃을 잘 가꾸고 지켜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나름 의미 있는 날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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