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으로 떠나는 전시이야기 네 번째는 빈병 재사용(Reuse)을 주제로 한 환경 홍보전시관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 한국용기순환협회에서 충남 공주시 정안명 인풍리 1번지(대전충남용기순환센터)에 빈병 재사용 홍보를 위한 전시관을 건립합니다. 홍보관 공식 명칭은 “생명담은 빈병이야기”이고, 약칭으로 빈병이야기라고 네이밍 하여 운영했는데, 아쉽게도 몇 년 운영을 하다가 문을 닫게 되어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늘은 정말로 랜선으로 전시관을 만나셔야겠습니다. ^^
며칠 전 뉴스에서 내일(4월 1일)부터 카페 내에서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카페 내에서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게 했는데, 이제는 금지한다는 정책이죠. 물론 이러한 정책을 펴는 이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환경문제일 것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법으로 제어해야 할 만큼 일회용 용기 사용은 환경문제와 많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굳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얘기하지 않아도 환경문제는 우리 지구인 모두에게 크나큰 숙제이자 우리 아이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빈병이야기 홍보관은 이러한 환경에 대한 문제를 이슈화하고, 이에 대한 실천방안 중 한 가지인 '빈병 재사용'에 대한 정책을 소개하고 생활 속 실천을 제안하는 홍보관입니다. 홍보관 건립 목적에도 ‘빈병 재사용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여 환경보전과 자원절약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실천을 극대화하여 경제적, 환경적 편익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체험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면 꼭 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쓰레기(?) 분리수거 일 것입니다. 대부분 아빠들 몫이죠. 저도 일요일이면 한 주간 모은(?) 쓰레기 아닌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열심히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는 생활 속 쓰레기가 발생하면 대략 2가지 정도로 대처를 합니다. 한 가지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쓰레기로 버리고, 두 번째는 재활용을 위해 분리배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습니다. 돈을 버는 방법이기도 하죠. 빈병을 다시 반납하면 돈을 받게 됩니다. 소위 보증금 제도인데, 우리가 병 제품을 사게 될 때 빈병을 다시 잘 반납하면 돌려주는 보증금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병으로 된 음료수나 술을 먹고 모아서 다시 반납하면 돈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 하나 내 볼까요.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재사용 중 환경적으로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재사용(Reuse)이겠죠. 쓰레기는 매립이든 소각이든 지구환경을 위협하게 되고, 재활용을 하기 위해서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됩니다. 반면 재사용(Reuse)은 수거된 용기(병)를 새척하여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 발생이 적게 되므로 친환경 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집에서 밥 먹고 식기를 설거지 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가 자원 재활용(재사용)에 있어서는 OECD 내에서도 2위(1위는 독일)에 속할 정도로 선도적 입장에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제가 알기로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배출한다고 하네요.
반면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친환경 정책을 펴고, 국민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제가 2011년 독일에 갔을 때 당시 독일 마트에서는 플라스틕 용기(일명 페트병)를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음료수는 물론이고 생수마저 유리병을 사용하고 있었고, 유리병 반납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들이 생활화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생수를 플라스틱 병에 담아서 소비하고 맥주, 소주 등도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는데, 환경을 생각한다면 유리병으로 대체하는 게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취급 과정상 병이 불편한 건 맞죠. 하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때론 불편하게 살아야 사람이나 지구나 오래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빈병이야기
빈병을 재사용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하나. 환경 친화적입니다. 1회용 용기보다 재사용 빈병이 제작/유통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습니다.
둘, 자원을 절약합니다. 8회 이상 반복 사용되기 때문에 새로 병을 만드는 것보다 자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셋, 안전하고 건강합니다. 유리로 만든 병은 환경 호르몬이 없는 깨끗한 재료입니다.
여기서 잠깐. 국내 유리의 역사를 알아볼까요.^^
삼국시대 신라 무덤인 황남대총에서 유리로 만들어진 다량의 유물 유리잔, 그릇, 장신구 등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고대부터 아주 오랫동안 유리로 만든 물건을 사용해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귀한 재료인 유리로 만든 제품은 왕족과 귀족이 쓰던 물건부터 시작하여 현대에 이르러서는 용기, 그릇 등 광범위한 생활 도구에서 과학 기술분야에 응용되어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빈병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어질까요? 빈병의 일생을 알아보겠습니다.
1 성형_Molding
원료를 혼합하고, 파유리를 배합하여 섭씨 1,450도 용융되어 유리물로 성형
2 포장 및 출하_Packing & Sending out goods
일정한 수량으로 안전한 이송을 위한 자동화된 포장 과정
3 소비_Use
완제품 소비
4 반환_ Return
재사용을 위해 구입했던 소비자에 의해서 반환
5 선별_Selection
반환 수거된 빈병을 분리하여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선별
6 세척_Washing
수거된 빈병을 고온 고압의 물로 30 –40분 간 자동화 세척기에서 세척
여기서 중요한 건 빈병을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용물을 깨끗이 비워야 하고, 이물질(담배꽁초 등)을 넣지 않아야 하며 파손되지 않게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빈병”은 1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며, 빈병 1개를 재사용함으로써 100와트 전구를 4시간 동안 밝히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빈병 재사용은 자원을 절약하고 CO₂를 줄이는 생활 속 환경사랑입니다.
내 삶도 리유즈(Reuse) 될 수 있을까?
회식 한번 하면 테이블 한쪽에 수북이 쌓이는 빈병들. 이런 빈병이 깨끗하게 세척되어 다시 음료든 알코올이든 새로운 내용물을 담아 포장되어 다시 시장에 유통됩니다.
문득 내 인생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들고 있는데. 그동안 한 곳만 바라보고 살아왔고 한 가지 기술(?)만 터득해서 살아왔는데.
저 빈병도 많게는 10번이나 재사용된다고 하는데.
태어나서 부모님 사랑받으며 자라왔고, 성인이 되어 회사에 취직하고 가정을 이루어 이제는 내가 다시 아이를 낳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꽉 채워져 사회에 나와 열심히 열심히 일했더니 어느덧 내용물이 비워져 가며 바닥이 보입니다.
병의 내용물이 완전히 다 빠져 빈병이 되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을 텐데 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마치 병에 내용물이 가득 찻을 때 사람들이 서로의 잔에 채우기 위해 부지런히 찾던 병이 빈병이 됐을 때 한쪽으로 치워져 아무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되듯이...
두렵습니다. 머리가 조금씩 빠지듯 내 인생이란 병에 찻던 내용물이 조금씩 빠져서 벌써 밑바닥이 보이니....
그런데 한 곁으론 용기가 조금씩 납니다.
내용물이 비워진 빈병이 다시 세척되어 새로운 내용물로 채워진다고 하니깐요.
내 인생도 충분히 리유즈(Reuse) 될 수 있다고 확신이 들기 때문입니다.
병이 비워졌다고 거기에 쓰레기를 쑤셔 박거나 깨버리지 않는 한 빈병은 Reuse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십 줄에 들어섰다고 쳐지고 포기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거나 내 삶을 스스로 자학하며 깨버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Reuse 될 것입니다.
몰랐는데 돌아보니 제 인생에도 그 간 몇 번의 Reuse가 있었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 등록금 인상 반대운동한답시고 무기정학 받은 후 머리 빡빡 밀고 일주일 단식하면서 학교에 덤볐는데,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학교 노조 소속 선생님을 만나 그분의 소개로 지금의 직업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때가 한 번의 Reuse 순간이었고, 서른 후반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삶의 방식이 바뀐 것이 또 한 번의 Reuse이었습니다.
몰랐을 뿐이었지 제 인생은 주기적으로 Reuse 되고 있었습니다.
마냥 부모의 손길이 필요할 것 같았던 두 아이들도 이제는 초등학교 3년, 5년이 되어 저의 손길이 조금씩 조금씩 잦아들 만큼 성장을 많이 했습니다. 유치원을 꼭 데려다줘야 하는 시기도 지났고, 초등학교 정문에서 헤어져야 하는 시기도 지났습니다. 아침에 깨워서 가방을 꾸리고 집을 나서는 것을 챙기고 출근해야 마음이 편했던 지금의 시간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마저도 스스로 하는 시간이 오게 되면. 제 인생의 Reuse가 또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