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으로 떠나는 전시 이야기 다섯 번째는 산 좋고 물 좋은 경남 ‘산청’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이제 코로나도 정리되는 것 같고, 꽃피는 봄이 왔으니 많은 분들이 여행을 떠날 것 같습니다. 이에 봄 향기 날리는 이때에 여행하기 좋은 곳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간 전시관을 소개드렸는데 이번엔 야외 테마공원이 되겠습니다. 전시관 못지않게 야외의 테마공원도 전시 전문회사가 기획, 설계. 시공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산청 한방테마공원 역시 제가 기획자로 참여하여 공사까지 완료한 프로젝트로, 2007년 착수하여 2010년에 완공된 프로젝트가 되겠습니다.
산청 동의보감촌 전경
왜 산청일까요?
한방테마공원이 있는 공간은 ‘산청 동의보감촌’이란 커다란 테마공원 안의 한 공간을 칭하는 것입니다. 동의보감촌 공간 안에는 1) 동의폭포 2) 엑스포 주제관 3) 한의학박물관 4) 약초 테마공원 5) 산청약초관 6) 풍차 7) 전망대 8) 사슴목장 9)한 방기(氣) 체험장 10) 허준순례길 11) 해부 동굴 12) 한방테마공원 13) 동의본가 14) 한방 자연휴양림 15) 한방 미로공원 등의 주요 시설이 있습니다.
한방(한의학)과 관련된 콘텐츠는 거의 다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산청에 이런 시설이 있고, 관련 엑스포까지 개최했을 까요?
바로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과 그의 스승 신의 류의태가 활동했던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산청에는 류의태에 대한 설화가 얽힌 곳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산 16-1에 위치한 ‘류의태 약수터’입니다. 류의태 약수터에 얽힌 전설이나 설화로는 류의태 자신이 고치지 못하는 불치의 난치병도 이곳의 물을 먹어 고쳤다는 설화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인문학적으로 허준과 류의태의 고장이 산청이라면 지리적으로는 산청을 둘러싼 지리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산청의 지리산에서는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온갖 좋은 약재가 산재해 있다고 합니다. 산청 = 한방(한의학)의 고장이라고 할 만하겠죠.
한방테마공원의 상징 캐릭터, 곰과 호랑이
한방테마공원을 설계할 때 공간의 콘셉트(개념)로 삼은 것은 인체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콘셉트로 삼기 위한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동의보감 인체도’이고 한방테마공원 완성예상도(조감도)입니다. 테마공원 땅의 특징을 살려서 신형장부도의 형태를 삼고 그 안에 다양한 콘텐츠(야외 전시물)를 연출했습니다.
그중 오늘 특별히 소개해 드릴 콘텐츠는 거대한 조형물로 완성된 곰과 호랑이 캐릭터입니다. 한방테마공원은 평지가 아니라 산에 위치해 있어서 경사가 집니다. 이 경사지를 이용해 한방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침, 인체 장기, 음양오행, 십장생 등)를 조형물로 연출했는데, 맨 위 지점(전망이 좋은 곳)에는 대형 곰 조형물을 제작, 설치했고 중간 지점의 평지(야외 과장)에는 대형 호랑이 조형물을 제작, 설치했습니다. 땅 위에 설지한 조형물이기 때문에 ‘랜드아트’라고도 명명합니다. 기능적으로 곰 조형물은 전망대(곰 내부로 들어가면 곰의 입을 통해 조망을 할 수 있습니다)로의 성격을 부여했고, 호랑이는 수경시설(호랑이 입에서 물이 나와 폭포로 연출)로서의 기능과 성격을 부여했습니다. 크기 면에서도 곰의 머리와 호랑이 머리를 크게 제작해서 먼 곳에서도 볼 수 있도록 했고, 외부 마감재는 파타일(조각난 타일)로 시공하여 유지관리에 용이하도록 했습니다. 아래 사진 보시면 이해가 되시겠습니다.
곰, 호랑이 조형물 이미지 재빈짱의 초보사진사 블로그 인용
그렇다면 한의학, 한방을 주제로 한 공원에 왜 곰과 호랑이를 대표 캐릭터로 저렇게 크게 만들었을까요? 먼저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동굴에 곰과 호랑이가 있었는데 그 둘은 늘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환웅은 쑥 한 자루와 마늘 20개를 주며, “너희가 그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고.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먹으며 추위와 배고픔을 참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는 끝까지 참지 못해 사람이 되지 못했고, 곰은 마침내 여자 사람이 되었다는 설화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위의 설화 속 이야기를 한의학의 뿌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방을 테마로 한 공원에 곰과 호랑이가 아주 큰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하여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이제 산청 동의보감촌에 가시면 왜 곰과 호랑이가 저렇게 자리하고 있는지 이해를 하시면서 관광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듯 한방테마공원의 전시물은 다 제각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물 조형물입니다. 동의보감에는 물도 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33가지로 분류합니다. 정화수(井華水), 한천수(寒泉水), 국화수(菊花水), 납설수(臘雪水) 등 등. 그래서 물 조형물은 33개의 나무 열주를 세워서 육각수를 음각하고 하부에 물이름과 효능을 적어놓았습니다. 아래 조형물 이미지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인생의 캐릭터는...
이렇듯 테마공원을 조성하는데도 많은 자료조사와 토론을 거쳐 대표 캐릭터를 설정하여 랜드마크가 되도록 연출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생의 캐릭터는 없는 걸까?
TV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캐릭터 하나로는 부족해 부캐라는 용어까지 쓰면서 저마다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캐릭터가 원래부터 생긴 건지 아니면 무던한 노력 끝에 만들어낸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는 당연히 작가가 설정하고 연기자가 연기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한데... 예능 속 캐릭터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리얼 예능 같은 경우는요... 원래의 캐릭터인데 발전시키고 특징화 한 것일까요? 아니면 재미와 성공을 위해 없는 캐릭터를 일부러 개발해서 잘 연기하는 것일까요? 즉, 만들어 낸 것일까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연예인들의 캐릭터가 아니라 나, 그리고 여러분들의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난 캐릭터가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내게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러분들에게 캐릭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때 ‘차도남’, ‘차도녀’라는 캐릭터(콘셉트)가 유행했던 기억도 언 듯 떠오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소중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무색무취로 살아갈 수는 없는 법. 오늘 이 시간을 빌어서 다 같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내 인생의 캐릭터는 무엇이지?
캐릭터는 만들어지는 걸까? 저절로 형성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할수록 더 근본적인 생각이 드는데요... 캐릭터는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태어나면서부터 켜켜이 쌓여서 결과물로 자연스럽게 생겨버리는 지요?
전 저마다의 인생의 캐릭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이미지를 한번 보실까요. 우리가 많이 봐왔던 착시 이미지입니다. 오른쪽으로는 노인의 이미지가, 왼쪽으로는 소녀의 이미지가 보이죠. 이 이미지를 보고 누구는 노인이라고 해도 되고, 누구는 소녀라고 해도 됩니다. 둘 다 틀린 것은 아니지요.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거죠.
이쪽 면을 이렇게 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쪽 면을 더 자세히 보면 또 완전히 다른 이미지가 보이는. 그렇다고 거짓말도 아니게 되는. 우리 저마다의 인생 캐릭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없는 면을 거짓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멋진 캐릭터에 맞게 내 안과 바깥에 있는 모습들을 찾아내서 부각해 내는 것이죠.
사람들이 그쪽면을 잘 볼 수 있도록.
그러려면 그쪽 면이 뭔지에 대해서 스스로 답을 내려야겠습니다. 그게 곧 완성된 캐릭터가 될 것일 수 있을 테니깐요.
캐릭터와 포지셔닝은 같은 것일까?
오늘은 자문자답을 많이 하게 됩니다.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고 확 와닿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혹시 포지셔닝(Positioning)이란 것이 캐릭터와 같은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왜냐면 포지셔닝(Positioning)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포지셔닝은 마케팅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아. 스포츠에서도 많이 사용하네요.
‘너 포지션이 어디야?’ ‘네 전 센터포드입니다’ 또는 '전 미드필더입니다' 라고 하죠. 그렇습니다. 포지셔닝은 위치를 얘기합니다.
좀 쉽게 얘기한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도 대부분 포지셔닝이 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보시듯 자동차라는 제품은 이성적이면서 고가의 영역(포지셔닝)에 속하게 됩니다. 이 포지셔닝은 소비자가 은연중에 갖게 되는 마인드이지만 때로는 광고에서 이성적이고 고가의 제품임을 인지하게끔 광고를 통해 포지셔닝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서 포지셔닝 = 캐릭터라는 가설이 맞다고 한다면,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하지만 위의 맵처럼 설정해 놓고 차근차근 만들어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습니까?
다시 한번 위의 두 이미지(노인과 소녀 착시 이미지, 자동차와 초콜릿의 포지셔닝 맵)를 볼까요? 이미지는 어떤 각도에서, 어떻게 보냐에 따라 분명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이미지도 포지셔닝 맵을 만들어서 위치시킬 수 있습니다.
캐릭터라고 그렇게 하지 말란 법이 있을 까요? 인생의 캐릭터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그냥 저절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성품과 내 외적인 성향을 잘 파악해서 어떤 부분을 더 부각할지(타인이 보는 관점을 집중시킬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위치에 내 캐릭터를 위치시켜야 하는지 면밀한 분석을 통해 설정한 후에, 그 포지셔닝(위치)에 다다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전 ‘착한’ 캐릭터로 하려 합니다.
이제 제 캐릭터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코로나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가을에 저의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여든이 넘으셨지만 당뇨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병을 안고 계셨고 치매 초기이기도 해서... 여름에 중환자실에 보름 넘게 계시다가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모셨는데 둘아가셨습니다. 그때 전 매주 토요일 오전에 찾아뵈었는데. 갈수록 한 번에 잘 못 알아보시고는 ‘누구?’ 물으시고, ‘태형이요’ 하면 알겠다고 하곤 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토요일. 그날도 ‘누구?’ ‘태형이요’했는데, ‘태형이. 착하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순간 먹먹해졌습니다. 그날 몇 마디 못 나누고... 그다음 주 토요일 돌아가셨습니다.
제 뇌리에 남는 한마디... ‘착하다’ 아직도 이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전 착하게 살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욕심도 많았고 거짓말도 많이 했고, 일하면서도 힘들일 피하려고 이리저리 남에게 떠넘기기도 많이 했습니다. 착한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어머니의 그 말 이후, 전 착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의 캐릭터는 ‘착함’으로 정했습니다.
손해 보더라도,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전엔 조금만 내게 손해 될 일이 있을 거 같으면 기를 쓰고 논쟁하고, 여러 논리로 상대의 동의를 구해내려고 했지만. 이젠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착함’이란 키워드가 제 머릿속을 맵돕니다.
제 안에 조금이라도 있는 착함을 끄집어내서 내 모습을 덮는 그런 이미지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착함이란 포지셔닝 맵에 내 이름 석자를 놓고. 그 위치로 가기 위한 노력을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혹 목표 이미지와 목표 포지셔닝이 없으시다면 봄바람 좋은 요즘. 한 번쯤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지 않나 감히 제언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