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형 May 24. 2022

지금 우리는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미래상상SF관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시관. 그리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거르지 않고 해년마다 한 번씩은 가보는 단골 아이템. 바로 과학관입니다. 오늘은 국립이면서도 수도권의 핵심 과학관으로 자리 잡고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으로 랜선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개관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바로 리모델링까지 마친 '미래상상SF관'으로 가보도록 하시죠....


먼저 미래상상SF관의 배치도를 보시겠습니다. 




인트로(전시의 시작) '미래세상 속으로'를 시작으로 미래 과학문명, 우주과학문명, 한국 SF역사관, 넥슨메이플스토리연구소, 휴먼과 에일리언, SF스테이지(이벤트 행사 무대), 방위사업체험관, 미래직업세상, 연구실안전체험관 순으로 관람을 하시면 됩니다. 입구로 들어가서 일방향으로 쭉쭉 관람과 체험을 하시면 어느새 출구로 나오는 그런 친절한 관람동선이 되겠습니다.


인트로 미래세상 속으로 부분을 보실까요. 미래도시의 분위기를 영상으로 연출하여 관람객들에게 기대감을 주기 위한 연출입니다. 벽면에 그래픽으로 미래도시를 배경화로 그린 후 샤막스크린(모기장 같은 투명한 천)을 설치한 후 미래도시의 이미지를 프로젝트 영상으로 오버랩되게 투사한 부스입니다. 미래도시의 배경 그래픽과 홀로그램 느낌이 날 수 있는 샤막스크린 투사 영상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미래도시의 분위기를 나타나고자 연출한 SF관 전시의 시작 부스입니다. 



미래를 소개하고 체험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프로젝트이다.


과학관은 기본적으로 과학의 원리를 소개하는 설명형 전시관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상상SF'관 역시 소설이나 만화처럼 글과 그림으로 다가올 미래의 과학세상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기반으로 한 체험관이 되어야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이 프로젝트의 기획과 설계의 어려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미래를 소개하는 것 까지는 할 수 있겠는데, 미래를 체험하게 한다? 그것도 가까운 미래가 아닌 머나먼 미래의 세상까지를...


체험을 한 다는 것은 구체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주에서의 중력체험을 한다는 것은 이미 지구와 달의 중력 관계를 파악했기에(달은 지구의 자연 위성으로 지구 지름의 4분의 1,   지구 부피의 50분의 1 정도이고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약 17%) 정도이다.  달의 중력이 약한 이유는 달이 지구보다 질량이  작아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작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달에서는 무게가 줄어들지만 질량은  변하지 않는다.) 이를 토대로 어떻게 체험할지를 연구하면 다양한 중력체험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미래의 세상, 미래의 과학 기술을 상상은 할 수 있으나, 상상을 넘어 구체적인 내용까지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위의 중력 체험처럼 이미 자료조사나 스터디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했다면 그건 더 이상 미래의 과학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과학기술이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기획, 설계 내내 이런 고민에 휩싸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미래의 세상과 과학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그림이나 영상으로 연출하고자 하면, '과학관은 체험을 해야지 그림이나 영상을 보여주는 건 아니잖아'라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저도 동의함), 그렇다고 실제적인 체험을 하게 하자니 구체적인 과학기술을 모르니 구현이 안되고...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소개하는 내용은 미래적이지만 보이고 체험하게 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 연출되게 되었습니다. 개관 후 기대감을 안고 온 아이들이 다소 실망하는 모습을 볼 때 이 프로젝트의 한 구성원으로 참가한 저로서는 참으로 미안한 마음 감출 수 없었는데, 이 글을 통해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양해드리고자 합니다. 향후 방문 계획이 있으신 분도 이런 점을 양해해 주시고 관람하시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일례로 미래의 세상을 얘기함에 있어서 단골손님인 로봇만 해도. 지금 만들어진 로봇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래 이미지와 같이 현재 개발된 4족 보행 로봇, 로봇팔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공조명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기술도 긍긍적으로는 미래 세상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생각되는데, 아래 이미지와 같이 이미 현재도 LED조명으로 일부 식물재배를 하고 있고, 그것을 전시환경에 맞게 세팅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봇체험부스 및 식물공장부스


미래의 세상을 지금 체험한다. 참으로 쉽지 않은 전시 프로젝트 같습니다. 



과학의 시작은 상상이다.


인류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두발로 걷는다. 손으로 도구를 사용한다. 문자를 개발했다. 등등이 있겠는데. 그중에서도 상상을 하고 이를 실현해 낼 수 있는 존재가 인류의 가장 뛰어난 점이 아닌가 합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세계를 정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를 바로 '상상력'이 뛰어난 것으로 설명을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 전설, 신, 종교는 인지 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고 합니다.  신화는 사람들을 협력하게 한다고도 합니다. 또한 현대의 유한회사 조직을 예로 들며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이 결국은 회사와 조직을 만들어 부를 창출한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시죠. 누구든 창업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 회사인지 생각하고 회사 이름은 무엇을 할지, 나를 비롯해서 몇 명을 채용하여 어떤 일을 맡길지를 구상(상상)합니다. 그것은 자본이 투입되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그저 창업자(사람)의 머릿속에 있을 뿐입니다. 더군다나 회사를 창업한 후 부서를 만들고 직원을 채용한 이후에도 조직도라는 것은 사장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한 장의 종이에 정리한 문서일 뿐이지, 그 많은 부서의 사람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모아놓는 일은 불가능하고(잠실 종합운동장 한 곳을 빌려서 부서별로 그룹핑하여 모아 놓으면 가능은 하겠네요)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의 조직은 실제 존재합니다. 사장의 머릿속부터 일개 직원의 머릿속까지. 동일한 조직이 살아서 생생히 움직입니다. 

인간의 상상이 회사가 되고 회사의 부서와 직원이 그 상상을 동시에 공유하고 주어진 목적(성과)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뛰어난 이유는 상상하고 그 상상을 공유하고 공유된 상상을 다 함께 힘을 합쳐 이루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우린 문명의 발달 또는 과학의 발달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은 과학 발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상상일 것입니다.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기에 지금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미래의 세상을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로봇'일 것입니다. 로봇이란 단어는 어디서 왔을까요? 그리고 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로봇 3원칙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로봇은 체코어로 강제 노등을 뜻하는 'robota(로보타)'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1920년 차페크가 쓴 희곡 〈R. U. R.〉에서 기계 노동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지칭하고 개발하는 로봇도 결국은 한 작가의 상상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로봇 3원칙을 처음 제시한 사람도 SF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이고 아래의 로봇 3원칙을 1940년대에 그의 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합니다.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되며, 인간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방관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1과 2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1900년대 초반의 SF소설 속의 미래세상이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층빌딩,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비행체,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 우주여행 등 등


문학가들이 먼저 상상하고 이를 영화화해 이목을 집중시킨 후 비로소 과학자들의 손에 의해 우리의 실생활에 하나하나 적용되어 가고 있는데요. 과학의 시작은 상상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줄곧 우리의 삶을 과거-현재-미래로 많이 구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현재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숨 한번 쉬면 1초가 뚝딱 흘러갑니다. 바로 과거의 시간이 되어 버리고 마는 거죠. 그리고 사람들 대부분은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지난 과거의 일을 생각하는 시간은 극히 삶의 일부일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 모두는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것에 동의를 하십니까?


우리는 매일 상상하고 우리는 매일 꿈을 꿉니다. 문제는 어떤 상상을 하고 그것이 상상에 지나지 않고 구체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냐의 차이가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삶의 차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따지고 보면 상상도 어느 시간 이상을 뛰어넘는 상상을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신석기와 청동기를 뛰어넘어 바로 철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듯이. 상상도 결국은 과정을 잘 거쳐서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상상하십시오. 아주 머나먼 미래가 아닌 몇 년 몇십 년 후에 펼쳐질 일들을.


그렇게 상상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아가고 있으며, 더불어 미래를 열고 있노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청자에 소주 한잔, 백자에 탁주 한 사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