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레지나 Sep 01. 2024

아이들과의 이별에도 익숙해질까요?


아끼던 아이 한 명이 학원을 그만두었다. 작년 초 들어온 아이는 내가 ㄱ 부터 가르쳐 스스로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실력이 늘어간다는 건 그만큼 이별이 다가온다는 이야기인데, 마지막이 언제일지 정확히 알 수 없어 매 순간이 희미하게 두렵다.

붙잡고 싶어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지만 영어 학원을 다니게 되어 체력적으로 힘들어해서 그만둔다는 말에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지막 인사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차량 스케줄에 아이를 픽업하는 시간을 겨우겨우 끼워 넣고 마지막날을 부탁했다. 그날 아이는 보답하듯 나를 껴안고 업히고 사진을 찍고 웃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아이가 정말 많이 자랐다는 생각을 했다. 까르르 웃고 가끔 꾸벅 졸기도 하고 조그맣게 웅크리고 앉아 노래를 흥얼거리던 유치원생은 어느새 개다리춤을 잘 추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몇 년 전, 그러니까 내가 원장이 되기 전에 어느 아이가 갑작스레 그만둔 적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마지막날 아이가 가기 직전에 알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럽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가만히 멈춰 서서 아이를 쳐다보는데 아이의 얼굴에도 울음기가 역력했다. 아이는 나를 꼭 껴안고, 어른이 되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마도 그 아이는 이제 나를 잊었을 것이다. 기억하더라도 아마 많이 희미해졌겠지.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건 신기하면서도 슬픈 일이다. 앞으로의 날들을 지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치고 인연을 맺고 적지 않은 상처를 받으며 내 얼굴을 잊어 갈 것이다. 자라나는 과정이라 여기며 대견하다 생각하려다가도 못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많이 슬퍼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아이의 엄마는 선생님께서 아직 젊어서 여리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이가 좀 더 들면 익숙해질까? 슬프지 않은 날이 오게 될까? 아이와 이별해도 슬프지 않은 날이 온다면, 그것 나름대로 슬플 것 같은데.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고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나는 이제 자라지 않고 우두커니 학원을 지키고 있지만, 그 속의 아이들은 자꾸만 자라나고 떠나간다. 거기에 적응하는 게 내 직업의 숙명이겠거니, 떠나는 아이들을 모두 마음속에 묻어두고 행복을 빌어주는 게 선생님으로서의 마지막 임무이겠거니, 되뇌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처음으로 안경을 쓰고 일해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