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는 게 참 싫었다. 시력이 무척 나쁜 탓에 안경을 쓰면 작아 보이는 눈이 싫었고, 안경을 쓰면 듣게 될지도 모를 부정적 말들이 두려웠다.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데 한쪽 렌즈가 빠져 떨어졌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조급해졌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떨어진 렌즈를 찾으려 애썼다. 결과는 처참히 실패. 결국 포기하고 출근하며 근처 안경점에 들러 일회용 렌즈를 사기로 결정했다.
준비를 끝내고 거울을 보는데, 문득 안경을 쓰고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될 것 있나? 편견에 가득 찬 건 바로 나 하나일 수도 있다. 가만히 거울을 보는 내 얼굴은 그냥 나였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도착한 일터는 고요했다. 폭풍전야이다. 하나 둘 도착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부정적인 반응은 하나도 없었다. 왜 안경을 썼냐는 물음에 렌즈를 잃어버렸어, 하는 내 대답. 그게 끝이었다. 걱정은 나만 했다. 안경 벗은 게 더 낫다느니 쓰지 말라느니 그런 말을 걱정했는데 그런 생각을 해 온 건 나 하나였던 듯싶다. 오래 써 온 안경이 자꾸 흘러내려 불편했던 것 빼고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여자는 안경을 쓰면 이상해, 하는 뉘앙스의 말을 어느 예능에서 들은 후로 안경 쓴 모습으로 밖에 나가지 않으려는 집착이 생겼었다. 일터에서 굳이 예뻐 보일 필요가 있나? 나는 왜 눈을 망가뜨리며 렌즈에 집착했을까? 안경 쓴 여자아이들이 편견에 부딪히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 나의 안경 쓴 모습이 조금은 용기가 되었기를, 눈이 벌개지도록 아픔을 참으며 싸구려 렌즈를 끼던 나의 어린 시절에도 위로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