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노릇이다. 어른에게는 어떤 말을 들어도 별 생채기도 안 남는데 어린아이들에게서는 별것도 아닌 말들로 상처를 받는다.
어제 어느 아이를 혼냈다. 컨닝을 했기 때문인데, 사실 컨닝 자체는 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 아이의 말,
“보고한 거면 뭐 몇 장 더 하면 돼요?”
아이는 이제 9살이 되었다. 7세부터 보았던 아이는 어느새 커서 반항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기가 막혔다. 내 눈을 보고 맑다고 해주던 순수한 어린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순간 서운함이 솟구쳤지만 이내 참아내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타이르려 노력했다. 그러나 아이는 많이 속상했나 보다. 집에 가서 그만 다니겠다며 울며 불며 난리를 쳤다고 한다.
오늘 출근하니 아이의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학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달간 학원을 쉬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의 뜻을 안다. 그만둔다고 하기 미안할 때 으레 하는 말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오늘까지만 수업하자고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마이쮸도, 색칠공부도 전부. 그리고 내 눈을 보고 말했다.
“선생님이 싫어서 그만둘 거야.”
순간 눈물이 났다. 누군가 내게 싫다고 말했을 때 이렇게까지 마음 아팠던 적이 있던가. 역시 나는 아이들에게 가장 약한가 보다. 눈물이 고인 채로 인사하는 나를 어머님은 꼭 한 달 뒤에 다시 오겠다며 달래주셨다.
정말 다시 올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나는 이 일이 맞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아이가 한 명 한 명 떠날 때마다 마음이 다친 채로 곪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냥 가만히 누워 있고만 싶어지는 하루이다. 참 어려운 날들은 자꾸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