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송곳부리처럼 정확하고 뾰조록한 엄마와 매사에 두루뭉술 애매뽕한 아들이 싸운다. 엄마는 아들이 약속을 안 지키고 거짓말을 했다는 거고, 아들은 조금 늦었을 뿐이고 자세히 설명하기 싫어서 대충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것. 이건 완전 부부싸움보다 더한 칼로 물 베기. 옆에서 보고 있는 나만 똥 마려운 강아지. 뭘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왼쪽 가슴 아래 어느 거시기한 쪽에서 약간의 찌리리함이 느껴지는 아들은 눈만 떼구루루 굴리고, 그런 아들이 더 얄밉고 분통하고 속상한 엄마는 결국은 넌 누구 닮아 그러니, 너 그렇게 자꾸 엄마 속 썩이고 거짓말하고 그럴 거면 집에 들어오지 마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퇴장하셨다. 뒤로 돌아가 하고 가시는데 그 뒤통수가 아들하고 똑같이 생겨 순간 웃음이 빵 터지려다가 나는 이빨을 앙다물었다. 힘 주니 방귀가 나오려 하더만.
조금 있다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영악하게 엄마 속이고 거짓말 치는 아그들도 있는데 어리숙해서 맨날 들키지만 알고 보면 나쁜 행동 안 하고 엄마 마음 헤아리는 착하고 순한 아들이 사실 귀엽지 않으신가요? 친구들한테도 싫은 소리 안 하고 늘 배려하고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쁘답니다. 공부만 좀 열심히 하면 좋겠는데 이제 열심히 한다니까 믿어봐야죠... 정 안 키우실 거면 제가 데리고 가구요.... 엄마와 이래저래 자식 흉보다 친구가 되었으니 이런 문자도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엄마는 웃었고, 아들은 11시가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돌아갔다. 이 지글지글한 사랑이 나는 참 눈물겹다. 이런 소리하면 엄마들은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말하지 마쇼!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어이쿠, 무서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