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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정 Aug 08. 2022

콩 심은 데 콩 나고

매사에 송곳부리처럼 정확하고 뾰조록한 엄마와 매사에 두루뭉술 애매뽕한 아들이 싸운다. 엄마는 아들이 약속을 안 지키고 거짓말을 했다는 거고, 아들은 조금 늦었을 뿐이고 자세히 설명하기 싫어서 대충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것. 이건 완전 부부싸움보다 더한 칼로 물 베기. 옆에서 보고 있는 나만 똥 마려운 강아지. 뭘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왼쪽 가슴 아래 어느 거시기한 쪽에서 약간의 찌리리함이 느껴지는 아들은 눈만 떼구루루 굴리고, 그런 아들이 더 얄밉고 분통하고 속상한 엄마는 결국은 넌 누구 닮아 그러니, 너 그렇게 자꾸 엄마 속 썩이고 거짓말하고 그럴 거면 집에 들어오지 마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퇴장하셨다. 뒤로 돌아가 하고 가시는데 그 뒤통수가 아들하고 똑같이 생겨 순간 웃음이 빵 터지려다가 나는 이빨을 앙다물었다. 힘 주니 방귀가 나오려 하더만.


조금 있다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영악하게 엄마 속이고 거짓말 치는 아그들도 있는데 어리숙해서 맨날 들키지만  알고 보면 나쁜 행동  하고 엄마 마음 헤아리는 착하고 순한 아들이 사실 귀엽지 않으신가요? 친구들한테도 싫은 소리  하고  배려하고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쁘답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겠는데 이제 열심히 한다니까 믿어봐야죠...   키우실 거면 제가 데리고 가구요.... 엄마와 이래저래 자식 흉보다 친구가 되었으니 이런 문자도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엄마는 웃었고, 아들은 11시가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집으로 돌아갔다.  지글지글한 사랑이 나는  눈물겹다.  이런 소리하면 엄마들은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말하지 마쇼!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다. 어이쿠, 무서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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