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작은 것들을 쌓아가는 속에 변화가 시작된다
핀란드 교육모델이 2000년대 주목받았다. 달성도에 의한 절대평가, 압도적인 수준의 교육 복지, 세계 수위권의 국제학력평가 지수도 한 몫했다. 최근 들어 지나친 자율교육이 수학 과학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예상외로 낮다 등 그림자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기회가 열려 있고 학업 동기와 열정이 있으면 학교와 국가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시스템은 여전히 강점이다. 이런 일이 왜 가능할까? 인구가 적어서. 물론 적다. 면적은 일본 크기인데 2020년 기준 553만 명. 그러나 더 적은 나라도 있다. 정부의 교육비 예산이 많아서? 핀란드 아이 1인당 공교육비도, 교사의 급여 수준도 OECD 평균 수준이다. 더욱이 2000년대 중반 세계 1위의 학력 수준을 달성한 것은 핀란드가 교육 재원의 삭감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90년대 개혁 이후의 일. 그럼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문해력(언어를 중심으로 하는 공통교양)에 대한 관심. 이 전통은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 작은 나라라고 생각할 수 없는 풍요로운 출판문화, 세계 1위라고 여겨지는 충실한 도서관과 독서습관, 사람들의 뛰어난 언어능력과 연결되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편의점보다 도서관 분실이 더 많다고 한다. 국민 1인당 연간 스무 권 이상을 도서관에서 대출, 일본의 5배 이상이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고 국가가 나서서 도우려 한다. 그리고 언어능력. 핀란드의 공식 언어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두 가지 국어를 정통하게 익혀야 하고 거기에 더해 영어, 제2외국어를 학습해서 보통 4개의 국어를 구사한다. 우리나라가 영어 교육 관련 지출액이 엄청나고 영어를 배우는 시기가 10년 이상임에도 영어 회화 수준이 세계 하위인 것과 비교된다.
둘째, 평등한 교육제도. 능력별 학급편성을 폐지하면서 평등과 질을 동시에 추구했다. 성적 하위자 수는 압도적으로 적고 성적 상위자들은 독일의 김나지움 학생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고 한다. 수준별 교육이 모든 문제의 해결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귀담아들을 이야기인 듯.
셋째, 교사교육의 질이 높다는 것. 핀란드 교사는 모두 석사학위 취득자이다. 교원면허의 기초 자격으로 석사 이수를 정한 개혁작업은 1985년부터 이루어졌다. 급여는 그리 높지 않지만 교사에 대한 존경이나 사회적 지위는 높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졸업 후 희망 진로를 조사하니 교직이 1위일 정도로 우수한 청년들이 교직을 희망한다.
그 밖에도 이유는 많다. 탄생하는 순간 담당의사가 배속되는, 어린이 건강을 보장하는 충실한 의료제도, 장애아 1인당 개별적 필요에 대응한 충실한 복지제도나 교육제도, 사회적으로 자립한 경제활동을 장려하는 충실한 기업가 교육, 평생학습제도 등 교육과 배움의 인프라가 튼실하게 갖추어져 있다. 무엇보다 정규교육과 연동되는 학교 밖 배움이 조화롭게 통합되어 있는 것이 비결 중의 비결 같다.
학교 안팎에서의 배움 공동체.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1만 여 시간의 수업을 경험한다. 그런데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드라마틱한 수업이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건 아니다. 한층 더 일상적인 작은 일들을 쌓아감으로써 아이들은 자라고, 교사들도 일상적인 작은 일들을 쌓아가며 가치 있는 교육 실천을 창조한다. 교육의 방법에 대한 탐구는 일상적인 작은 일 가운데 교육의 보다 좋은 본연의 모습을 탐구해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배움은 의사소통이다. 가르치는 이는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이 배우는 것 사이의 어긋남’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수업의 과정은 교과서와 대화하고, 교사와 대화하고, 친구와 대화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하면서 교육내용을 이해하고 습득하는 과정이다. 수업은 살아있는 교사가 살아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통하는 살아있는 세계이다. 숨결이나 몸짓, 거동, 말 하나하나가 교실의 공기와 관계를 바꾸고, 아이의 학습경험의 깊이와 풍성함을 조율한다. 그리고 그 소우주를 만드는 것은 교사만이 아니라 학교 밖 우리 모두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