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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정 Aug 10. 2022

마음만은 하늘 찌를 듯한 콩나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나만 보면 선생님,   컸죠?라고 물어보는 고등 남학생이 있다. 새까맣고 작아서 콩자반이라고 불리는 아이. (차별언어라고 항의하라고 했더니 콩자반 괜찮다고 한다)16 클럽만 벗어나도 소원이 없겠다는 아이. 성장판이 닫힐까 노심초사인데 최근 들어 160 넘어 정말 기대하는 눈치다.


근데 최근 골이 나서 씩씩댄 날이 있었다. 우리 나라는 공정사회가 되긴 글렀다는 거다. 웬 공정사회? 이야기인즉슨... 학교 여자 선생님 한 분이 키 큰 학생들을 편애하는데 그게 수업시간에도 적용된다는 것. 어느 날엔 자리 배정을 선생님이 했는데 자기 생각으로는 키 크고 잘 생긴 아이들이 앞줄에 앉고 자기처럼 작은 아이들은 뒤로 배치되었다는 거였다. 이게 대체 뭔 말인가. 선생님 생각을 오해한 건 아닐까 논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호기심을 누를 수 없어 넌 어느 줄에 앉아?라고 물었더니 거의 거품을 물면서... 제일 끝줄이라고 대답했다..큰 아이들이 앞에 앉다 보니 시야가 가려 수업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발표하려고 손을 들어도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발표를 많이 해야 인센티브를 얻어 수행평가 점수도 높아지는데 자기는 키가 작아서 불이익이 많다고 투덜거렸다. 엄마도 작고 아빠도 작고 형도 작은데 어쩌란 말이냐고 하면서.... (그 후 자율 착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야기 듣고 선생님 잘못하셨네 생각하면서 그래도 무언가 교육적인 뜻이 있을 거라는 믿음에 웃기만 했다. 아이에게 물었다. 근데 너는 키 작은 학생 디스 한다고 투덜거리고 불평하지만 선생님 싫다는 말은 안 하네... 아이, 씩 쪼갠다. 늘 명랑하다. 당근 싫은 점도 있죠. 뭣보다 완전 패션 테러리스트세요. 돈 벌어 옷 사드리고 싶다니까요. 어떤 날은 신호등인 줄 알았어요. 색채 대비 쩔어요. 고무줄 바지를 입고 오시는 날도 있고요..그래도 수업은 끝내주게 잘하세요. 그 수업 시간엔 자는 애들 없어요. 대학 일찌감치 접은 친구들도 들어요. 좋은 말씀도 얼마나 많이 해주시는데요.


듣고 있는 내내 미소를 머금었다. 좋은 수업을 받는 건 학생의 당연한 권리인데 그것에 충분히 인정하고 감사할 줄 아는 아이가 이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진심인 선생님을 너무나 잘 알아본다.  나도 너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야지 주먹을 쥐어 본다. 그나저나 우리 콩자반 뭘 먹여서 콩나무로 만드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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