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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윤 Dec 19. 2022

오늘은 울어도 돼요, 아르헨티나

축구, 피아졸라, 반도네온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올빼미족이 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결승전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경기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가 아닐까. 감격으로 부둥켜안은 아르헨티나 선수와 관중을 보니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 노래가 떠올랐다. 아 오늘은 울어도 된다. 이런 날이 오는데 36년이 걸렸으니.


어느새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의 나라로 유명해졌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큰 나라. 착한 바람이라는 뜻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름답고 축복받은 나라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한때 전 세계 경제 대국이었지만 60위권으로 밀려났고 페소화의 가치가 녹아내리면서 최악의 물가상승률과 기준금리를 갱신 중이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디폴트만 9번을 했고 10번이 목전에 있다고 한다. 조국의 어려움 때문인지 월드컵 우승은 더 절실해 보였다. 경기 내내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기원하며 손에 땀을 쥔 건 나만이 아니었던 듯하다.


메시 보유국이기도 하지만 내게 아르헨티나는 피아졸라의 나라이기도 하다. 1921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훗날 위대한 아스트로로 불리는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태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그의 오른쪽 다리는 약간 짧고 틀어진 상태였다. 아들의 장애를 마음 아파한 아버지는 그에게 반도네온을 선물한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음악 행로의 나침반이 되고. 뛰어난 반도네온 연주자를 넘어서 그는 '발보다 귀를 위한 탱고'를 작곡하기 시작한다.


 탱고는 원래 에스파니아와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들의 춤이었다. 부두 노동자로 일하던 그들은 술집에서 사창가에서 사내들끼리 어울려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이민 노동자들에게서 비롯된 열정과 관능이라는 탱고의 원형에 고뇌와 철학과 불안의 정서를 더한 피아졸라의  음악은 곧 스캔들이 되었다. 이민 노동자의 춤을 세계화시킨 위대한 작곡가라는 평과 전통 탱고를 부숴버린 파괴자이며 전복적 이단자라는 평이 생전의 그를 늘 따라다녔다. 그가 택시를 타면 열광자는 요금을 안 받고 싫어하는 사람은 승차거부를 했을 정도로 아르헨티나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반도네온도 참 흥미롭다. 나는 당연히 남미를 대표하는 전통이라 여겼는데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독일인들에 의해 19세기 후반 전파되어 어느새 남미의 관능과 열정, 상처와 애상을 담는 대표적 악기가 되었으니. 그런데 이 악기 만만하지 않다. 피아졸라도 반도네온을 악마의 악기라 칭했을 정도.  이는 반도네온의 연주법이 너무나도 난해하기 때문이다. 반도네온의 버튼이 음계에 맞게 순차적으로 배치된 것이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배치되어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름통을 수축할 때와 늘릴 때 음의 구성이 달라져 그 묘미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반도네온 명연주자 디노 살루치도 강추. ...나는 Senderos가 좋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꼭 가보고 싶다. 비행기 몇 시간? 흐. 반도네온에 맞춰 탱고도 춰야지. 2022 월드컵에서 우승한 아르헨티나에게 축하를!!! 프랑스 축구 선수 앙투안 그리즈만의 열성팬이지만 이번엔 메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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