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에 대해 생각한다.
스무 살의 나는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솔직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솔직해지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기도 한데, 후자가 더 컸다. 내가 유일하게 솔직해지는 순간은 상대가 솔직해 질 때 였다. 딱 상대가 솔직한 만큼, 그 만큼만 솔직할 수 있었다.
솔직하지 못해서 잃은 것이 참 많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내 생각을 정확히 말하지 못 해 며칠간 괴로워야 하기도 했고, 특히 사랑 앞에서는 괴상하리만큼 솔직함과 거리가 멀었다. 일부러 아닌척을 하고, 할 줄도 모르는 선긋기를 했다. 쿨 해 보이고 싶어서, 쿨한 척도 많이 했다.
지금의 나는, 적당히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라고 쓰자마자 고개가 저어진다.
적당히 솔직해지는게 사회생활을 편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서 몇 년 동안 열심히 조각도를 대고 나를 이리 저리 깎아왔는데, 깎아야 될 곳을 깎지 않고 엉뚱한 곳을 깎은 부분이 발견되곤 한다. 솔직해져야 할 때 쿨한 척을 하고, 거짓이라는 약이 필요할 때 솔직함으로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재주가 생겼다. 오류가 나는 일이 잦은 건 아닌데, 구분을 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점점 많아진다.
사실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가끔은 정말 솔직해져버리고 싶은 것 같은데, 나를 다 내놓고 보여줘버리고도 싶은데, 또 나를 간파 당하는 건 싫고. 근데 또 차라리 간파당해버리면 속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아냐, 그래도 나를 간파당하는 일은 너무 무서워. 내가 어떤 가면을 써도 알아차린다고 생각하면 너무 무섭잖아.
하나도 솔직하지 못하게 온갖 척을 다 하면서도 눈빛으로 '제발 내 솔직한 마음을 알아줘'라고 상대를 간절히 바라본 적도 많다. 바보야, 내가 내 마음을 제일 모르는데, 누가 내 마음을 알겠어.
오랜 시간 솔직하지 못한 채 눌러 놓은 감정이 있는데, 누구에게라도 간파당했으면 좋겠다고, 오늘도 간절히 생각했다. 간파당하고 나면 속이 시원할텐데. 좀 부끄럽고 노답이어도, 한 번 펑펑 울면서 이야기 하고 나면 나아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