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못하는 일을 좋아하면

by 글쓰는 최집사

내가 좋아하는 행위들을 떠올려보니, 모두 내가 못 하는 것 뿐이다.


1번 글쓰기

2번 폴댄스

3번 커피마시기

4번 사람만나기


글쓰는 일은 요즘 안 좋아지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내가 즐겨 하고 좋아하는 일로 빼놓을 수 없다. 근데 좋아하는 마음만큼 능력이 따라주질 않는다.


벌써 3년을 하고 있는 폴댄스. 시키지도 않았는데 3년을 혼자 신나서 한 걸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운동을 극혐하는 내가 폴에 매달려 뱅글뱅글 도는 걸 즐기다니. 아직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폴댄스 하다가 갈비뼈도 나가봤고, 허리도 나가봤고, 손에 굳은 살도 생겼는데. 그것보다는 좋은 점이 백만개 쯤 더 많이 생각나니까. 근데 여튼 폴댄스도 내가 참 못 하는 편이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뭐든지 빠르게 배우는 나인데, 3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폴댄스 역시 택도 없이 못하는 것 중 하나다. 타고난 몸뚱이가 저질인 탓도 있겠지만, 3년을 운동 해도 체력이 이 모양이고 3년을 찢어도 다리가 안 찢어지면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한 때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렸는데, 요새는 그냥 즐긴다. 그래,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이야.


아침에 일어나 다이어리를 펴고 하루를 계획하면서 커피 마시는 순간을 좋아한다. 아니면 글을 쓰면서 마시거나. 커피라는 음료가 맛있는 것도 맞지만, 커피를 마신다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를 깨우는 것 같기도 하고, 연료를 주입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름이 떨어진 차가 주유소에서 느끼는 기분이 이런걸까.

근데 어쨌든 난 커피도 잘 못한다. '술 잘 못 해요.'랑 비슷하게. 하루에 리미트는 한 잔이고, 그나마도 오후에 마시면 밤에 심장이 두근거려 잠이 안 오기 일쑤다. 그래서 웃기게도, 예전에 뮤지컬 프로덕션에서 창작회의 할 때 커피를 많이 마실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졸면 안 되니까. 내 앞에 커피는 많고, 이 밤은 길고. 커피 마셔도 잠 잘 온다는 사람들 부럽다. 나도 막 세 네 잔 씩 마시고 싶은데.


사람 만나는 일은 진심으로 즐거운 것 중 하나다. 나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기도 하고,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기도 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더 즐겁고. 근데 난, 사람을 '잘 대하는' 성격은 못 된다.

'사람 괜찮네.'소리를 듣는 건 쉽지만 그거 말고. 상대에 따라 자신을 맞춰가며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에 대한 파악이 빠르고, 거기에 맞추는 능력도 뛰어나서 시종일관 하하호호 웃음이 끊기지 않게하는 사람. 혹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자기 이야기를 잘 하는 사람. 난 그게 참 어렵더라. 생각이 많아서 그런거겠지.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나면 걱정이 된다. 그때 나와 있던 모든 순간들이, 내가 내뱉은 말들이, 혹은 말없이 침묵을 지켰던 그 고요함이, 불편했을까봐.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 유형은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도 아니고, 배꼽빠지게 웃긴 사람도 아니고, 아무말 안 하고 있어도 편한 사람이다. '이 사람 혹시 불편한가?'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같이 있으면 내가 편하면서, 상대도 편하다는 게 느껴지는 사람. 그래. 내 약점 때문에 그렇다. 잘 못하니까, 잘 맞는 사람하고 있는 걸 선호하게 되는 거겠지. 잘은 못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일은 행복하다.


잘 못하는데 좋아한다는 건, 힘들기도 하지만 멋진 일이기도 하다. 나는 내 성격을 알아서, 내가 못하는 일을 계속한다는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멋져.

그래서 잘 못해도 열심히 좋아하기로 했다. 좋아하니까 또 열심히 하고. 그러다 보면 잘 해지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저 네 가지를 다 잘 하는 날이 온다면, 그 때는 아마 나는 머리가 하얗게 샌 호호 할머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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