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3번 여자

애니어그램을 공부중입니다

by 글쓰는 최집사

애니어그램을 통해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는 몇몇 지인들의 추천으로 애니어그램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 작가로서도 애니어그램에 대해 아는 건 캐릭터를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되니까.

우선 내 애니어그램부터 알아봤다. 결과는 3번에 4번 날개. 애니어그램이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지인들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이타적이고 겸손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나는, 그러한 외부의 평가에 대해 항상 의문과 모순을 느꼈다. 나는 스스로를 늘 '인정투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라고 느끼기에. 남들의 평가에 민감하고, 언제나 무언가를 쟁취하고 성공해야만 내가 가치 있다고 느끼며, 그 쟁취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인정받지 못하면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보이고, 지는 게 너무너무 싫은 사람. 그래서 나는 '그 정도면 잘 하고 있는 거야.'라는 주변의 말에 웃으면서 긍정을 하다가도 속으로는 여전히 내가 뒤쳐진 것 같아서 조바심을 낸다. 겉으로는 잘 된 동료들에게 축하해주면서도, 속으로는 그들이 차지한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님에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내 모습이 3번 유형의 전형적인 특성이었다. 3번을 움직이는 건 자긍심과 자부심. 그리고 타인의 인정. 때문에 이 유형의 사람들은 주로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한다. 성취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많은 작품 속의 빌런들의 모습이 정확히 3번 유형이다. 그래서 처음 애니어그램 결과를 보고는 당황스러웠다. 모두에게 빌런으로 불리는 그 유형이 나라고?


애니어그램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내가 3번 유형이라고 말 하면 정확하게 정 반대의 반응이 돌아온다. "니가?", 그리고 "그럴 줄 알았어." 전자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주로 친구들이고, 후자는 일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 반응들을 보면서 나는 나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은 안심이 됐다. 내가 '건강한 3번'이라는 점에서.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는 늘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지만, 겸손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하는 일을 조금도 허투로 하지 않고, 욕심과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어느 쪽에도 3번 유형의 단점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나의 날개인 4번 예술가형의 기질이 반영되면서, 상업 예술에 몸 담고 있는 나에게는 좋은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나는 '척'을 굉장히 잘 하는 사람이다. 내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건, 내 천성이 그래서가 아니라 '그렇게 보이는 것이 내가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인정이다. 그 인정 중에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내 성취를 위해 남을 짓밟는 행동을 (못 하는게 아니라)하지 않는다. 일적으로 성취를 이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것도 나에게는 중요한 성취이기에.


애니어그램을 배우다보면, '나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객관적으로 분석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뼈를 맞아서 아프기도 하고,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던 나의 부끄러운 면도 사실은 어느정도 연구되고 유형화된 기질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나의 기질을 정확하게 알고, 건강한 방향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래서 애니어그램에 한 번 빠지면 못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 건가.


사람들을 만나면 '저 사람은 몇 번일까?'하는 추측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요즘. 다른 유형들에 대해서도 더 공부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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