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확진자가 되지 못 할 뻔 한 확진자의 이야기

코로나 격리일기 #1

by 글쓰는 최집사

확진자 수 60만명이 넘던 날, 나는 다니던 폴댄스 학원을 정지시켜놓고 모든 사적인 약속을 취소했다. 식사는 무조건 집에서. 미팅에서도 커피나 밥을 먹지 않았다. 이렇게 한 2주만 빠짝 조심하면 안정기로 접어들거라는 확신. 그러면 맘 편히 이것저것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같이 사는 동생이 코로나에 확진됐을 때도 피해간 나였기에, 혹시 내가 슈퍼 면역자..? 라는 기대도 했었다. (아마 지금까지 한 번도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들은 다 이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ㅋㅋ)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나는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걸릴 수야 있지. 전파력이 워낙 강하니,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스쳐간 사람한테서라도 옮을 수 있으니까. 나를 더괴롭게 한 건 확진 그 자체가 아니라 확진 받기까지의 과정이다. 2022년 3월 29일 화요일 아침, 확진 문자를 받기까지 나의 사연은 이렇다.


3월 24일 목요일

오랜만에 고향인 청주 집에 내려왔다. 그간 바쁘기도 하고 계속해서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늦게나마 고양이들을 보러 왔다. 그날 저녁에 퇴근한 엄마 아빠와 밥을 먹고, 그냥 저냥 평범하게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요며칠 종종 속 쓰림이 올라왔기에, 시간이 있을 때 내시경을 하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연말, 급성 위염이 터졌을 때 했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루고 미룬 거였다.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게 없지만 더 미루면 끝이 없을 것 같단 생각에 다음 날 내시경을 예약했다.


3월 25일 금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내시경 검사를 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고, 만성적으로 있는 위염증세가 살짝 있을 뿐이라고. 안심하고 돌아와 밥을 먹고, 또 하루를 고양이들과 평범하게 지냈다. 다만 고양이들을 봐서인지 뭔지 일에 영 집중이 안 됐다. 결국 해야하는 일을 거의 하지 못 한 채 밤이 됐다. 주말동안 열심히 하지 뭐, 하고 생각해버리려는데, 정확히 밤 9시가 넘어가면서 몸에 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막 열이 나서 죽을 것 같은 건 아니고, 가끔 컨디션이 안 좋을 때 한 번씩 몸에 열오르는 그런 느낌. 긴가 민가해서 체온을 재 보니 37.3도 안밖의 미열이다. 그리고 아침에 내시경을 한 탓인지 목이 살짝 아파왔다. 오 안 돼. 여기서 코로나에 걸리면 큰일이다. 하지만 이게 수면 내시경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긴가민가한 상황. 하지만 어쨌든 몸에 이상이 느껴졌기에 집에 있는 자가진단 키트를 썼다. 음성. 일단 잘 자고 내일 컨디션을 다시 보기로 한다.


3월 26일 토요일

밤새 목이 아파 여러번을 깼다. 그리고 몸살기가 올라오더니 아침에 눈을 뜰 때는 끙끙 앓는 지경이 됐다. 잘못됐다. 뭔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됐다. 근처에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안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벌벌 떨며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약 처방을 부탁했다. 하필이면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리는 날씨였다. 병원에서 한 검사도 음성. 그렇게 나는 약만 처방받아 죽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찬 바람을 맞으며 떤 덕에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죽 한 국자를 겨우 먹고 약을 털어넣고 잠에 들었다. 고양이 라떼는 집사가 아픈 걸 아는지 침대에 찾아와 옆에서 애교를 부렸다. 정말 코로나가 아닌가? 내시경 부작용인가? 하지만 주변에 코로나 걸렸던 사람들이 말하던 증상과 너무나 똑같다. 그렇게 긴가 민가 한 날이 또 지났다. 몸살기운은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목은 점점 더 아팠다. 물을 마실 때 마다 목구멍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계속 물을 마셔야 했다.


IMG_5749.JPG 물먹는 하마가 된 격리자...


3월 27일 일요일

잠을 거의 못잤다. 누워있으면 목이 더 아팠다. 마치 목구멍에 유리조각들이 박혀있는 기분.. 침 삼키는 것도 고통인데 자꾸 가래가 생겼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는 이건 도저히 코로나가 아닐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늘 검사하면 나오겠지. 난 지금 죽을 것 같은데. 기대를 안고 보건소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했다. 당연히 양성일거라고, 다음은 pcr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음성. 억울한 마음에 직원분께 하소연했다. 증상이 누가봐도 코로나다. 목이 아파 목소리도 거의 나오질 않았다. 직원분은 당연하게도, 신속항원에서 두 줄이 안 나오면 pcr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젠 이게 코로나가 아니라면 억울해질 지경이었다. 아플건 다 아팠는데. 내 생에 이런 목 아픔은 처음인데. 나의 직감이 이건 코로나라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가 음성이어도 자가격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자꾸만 닫힌 방 문을 긁으며 쳐들어와 내 침대를 장악하는 이놈의 고양이들..ㅎㅎ 아주 드물게 고양이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해서 좀 멀리 하려 했는데 이놈들이 안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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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끙끙 앓기 시작하면서 라떼는 내 침대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한 놈 더 추가요 ㅎ



3월 28일 월요일

근처 이비인후과에 진료시간을 맞춰 갔다. 오늘은 기필코 pcr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내 사정을 호소하니 병원에서 의사의 소견서를 받으면 보건소에서 pcr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왔는지 묻기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하고, 진료를 받으며 증상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께서는 목 상태를 보시더니 일반적인 목감기 같다고, 요새 감기도 많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절대 일반적인 감기같지 않았기 때문에, pcr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소견서를 부탁드렸다. 의사선생님은 "굳이 왜요?"라고 되물었고, 병원에서 신속 항원 검사를 하겠냐고 물었다. 나는 그 동안 명백한 코로나 증상으로 괴로웠음에도 모든 신속 항원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소견서를 부탁드렸다. 갸우뚱 하시며 알겠다는 의사 선생님. 환자가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고집이건 아니건 나는 오늘 반드시 pcr을 받고 확실한 결과를 알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보건소에 가서 드디어 pcr검사를 받았다. 돌아올 무렵에는 드디어 내가 확진자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알 수 있다는 행복감 때문이었는지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 때문이었는지 발걸음이 가벼웠다. 사실상 목 아픔을 제외하면 아픈 것도 다 끝난 상태였다. 새로 처방 받아온 약은 이전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고, 잠들지도 못 하게 했던 목 통증도 많이 완화되었다.


3월 29일 화요일

지난 밤에도 목이 마르고 아파 몇번 깨서 물을 마시긴 했지만, 목이 찢어질듯한 통증은 더 이상 아니었다. 두근두근. 오전중에 문자가 올 거란 생각에 긴장하며 아침을 먹고, 약을 먹었다. 일찌감치 출근하신 아빠, 출근 준비를 하는 엄마. 엄마는 내가 확진이면 출근을 하지 않으시려고 기다리시는 중이었는데, 9시가 다 되어도 문자가 오지 않아 엄마는 집을 나서셨다. 부모님 안계시는 사이 씻으려고 방문을 나서는데, 딱 문자가 왔다.

확진. 확진이었다. 3일 내내 음성 판정을 받은 내가 이제와 확진이었다. 증상은 거의 다 사라졌고, 이제 정말 '일반적인 목감기' 같은 정도의 목 통증이 됐는데. 양성 판정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격리 기간만 늘어난 셈이 됐다. 여태 격리 3일째인데 이제부터 격리기간 시작이라니. 억울하다 억울해.

하지만 이게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더 억울한 상황이었다. 아플건 다 아프고 내가 확진자인지도 모르고 하마터면 남들한테 폐까지 끼칠 뻔 했으니. 그렇게 나의 격리 4일차가 시작됐다.



지난 금요일부터 나의 증상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미열 -> 목통증, 약간의 가래 -> 몸살과 오한, 심각한 인후통

이 순서였다. 인후통이 심했던 일요일은, 진짜 침삼킬 때마다 죽고 싶었다. 목이 아파서 귀까지 아픈... 우리 몸은 정말 다 연결 돼 있구나, 느낀 하루.


이제 다른 걱정이 남았다. 우리집에서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유일한 사람, 엄마가 옮을까봐 걱정이다. 엄마는 토욜 아침에 내가 병원가기 전까지만 해도 나를 걱정하며 꽤나 가까이서 이야기하고 접촉이 있었다. 그 뒤로는 격리한다고 조심은 했지만... 고양이들이 있는 집이다보니 이 놈들이 왔다갔다하며 옮기지는 않았을런지 원...

하필이면 청주 집에 내려와서 이렇게 돼서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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