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기 챌린지 09
아침에 눈을 떴는데 8시 였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로 하루를 망치는 것이야말로 멍청한 짓이라는 걸 아니까 재빨리 주문을 외웠다.
아- 잘 잤다. 내가 피곤했나보네. 그래 지금 호르몬 노예 기간이기도 하고 내 몸이 잠이 더 필요했던 거야.
오늘은 쉬는 날이잖아. 쉬는 날 한 번 늦잠 잔 게 뭐 어때서.
아침 8시에 일어난 게 늦잠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최근 6시 반 기상으로 아침루틴을 잡아 뒀기 때문에 그 생활패턴에서는 늦잠이 맞다. 어제 12시가 넘어서 잠 든게 문제였나. 알람도 못 듣고 자버렸다. 7시에 하는 영어 방송도 놓쳤고, 씻고나니 9시가 넘었고, 그렇게 생각하니까 뭘 더 하기도 싫어진다.
나는 꽤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인데, 그에 대한 강박도 심한 편이라 주의해야 한다. 여름이 오기 전에 현타와 번아웃이 씨게 왔던 것도 그런 이유. 모닝루틴을 잡았는데 코로나 걸리고 그 뒤로 컨디션 흐름이 완전히 망가져서 돌아오지 않았다.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는 나한테 박치고, 아침 루틴을 제대로 못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고, 나는 이제 망할거다 같은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급기야는 '누구세요?'싶게 게을러져서 한 달을 탱자탱자 놀았다. 루틴이 깨지고 내가 설정한 룰 안에서 내가 벗어나면 지독한 자기혐오에 빠진다. 그걸 알기에, 오늘의 아침일기를 쓴다.
예정보다 1시간 30분 늦게 일어났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은 일주일 중 딱 하루, 유일하게 쉬는 날이다. 6일을 열심히 일하기 위한 꿀같은 휴일인데 피곤해서 아침 루틴을 못 할 수도 있는거 아닌가. 게다가 잘 잔 덕분인지 기분도 개운하다. 기분이 안 좋다고 생각해서 잘 모르는 건데, 지금 엄청 개운하다.
그러면 됐지. 게다가 아침 일기도 무사히 썼으니 이제 예정대로 드라이브 나가서 책이나 읽으며 편하게 쉬다 오면 되는 거다. 기특하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