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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최집사 Sep 19. 2022

이유모를 기분

아침 일기 챌린지 17

기분이라는 것은 독특하게도, 직접적인 원인이 없어도 생기곤 하는 것 같다. 신기하지 않은가? 어떤 기분이, 감정이 느껴지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없다니.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상태 속에서 특정한 기분이 느껴지는 것 아니었나?


오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는데, '너무나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았을 때'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알람을 끄고 눈을 뜨는 순간 이런 기분이 느껴진다면 좀 의아하지 않은가? 좋은 꿈을 꾼 것도, 날씨가 좋은 것도, 엄청 개운하게 잘 잔 것도 아닌데. 오늘 아침 나는 마치 꽃밭에 둘러싸여 눈을 뜬 것 처럼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보면 하루 일과 속에서도 맥락없이 어떤 기분에 휩싸일 때가 있다. 마치 바람이 휙 스쳐 지나가듯이, 어떤 향기가 순간적으로 나듯이, 어떤 기분이 아주 짧은 시간 나를 지나갈 때가 있다.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이런 기분의 원인은 뭘까. 어디에서 오는 걸까. 때로는 너무나 빨리 지나가서 아쉬운, 붙잡아 놓고 싶은 기분들이 있다. 그 순간의 기분을 붙잡아 유리병에 넣어 둘 수 있다면. 필요할 때마다 뚜껑을 열어 그 기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이유도 없이 황홀한 기분으로 시작한 아침, 괜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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