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작업회고 (1월 2주)
▶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했어?
1/7 수 작곡가 미팅 / 뮤지컬 관극
1/8 목 폴댄스 수업
1/9 금 폴댄스 수업
1/10 토 뮤지컬 관극
1/11 일 폴댄스 수업
1/13 화 폴댄스 수업
-이외의 시간 : 연극대본 집필, 뮤지컬 대본 수정
▶무엇을 배웠어?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그냥 하는 사람"
지난주부터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아서 꽤나 애를 먹었다. 보통 내 작업 방식은 초고에서 300을 때려넣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알차게 채워진 100을 만드는 것이다. 나의 초고는 보통 작가의 말이 너무 많고, 모든 캐릭터들의 말이 넘쳐나는 바람에 거대한 돌무더기를 파헤쳐 본질을 찾아 내는 과정을 통해 최종 대본을 완성한다. 그런데 이번 연극 대본의 경우는 정 반대다. 초고를 쓰는 과정에서 자꾸만 나의 머릿속에 모든 것이 너무 구멍 투성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내가 지금 뭘 쓰고 있는 건지 자꾸만 의문이 생기고, 그러니 진도도 나가지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을 흘려보내다 시피 하고, 책으로부터 답을 얻었다. 작년 한 해 내 기준 최고의 책 중 한 권인 <고요한 읽기>에서, ‘대기만성’형 인간에 대한 글이 있다. 나에게 꽤나 신선한 충격과 인사이트를 준 내용이다.
큰 욕망은 사람을 치열하게 하지만 꾸준하게 하지는 못 한다.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은 화난 사람과 같아서 뜨겁지만 오래 유지하지는 못한다. 열심히 하게는 하지만 한결같이 하게는 하지 못 한다.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데도 진득하게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은 욕망이 큰 사람이 아니다. 목적의 사람이 아니라 다만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그 일이 자기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룰 무엇에 연연하지 않고 일한다. 하는 일을 주어진 일로 받아들인다.(232)
보상은 대부분 뜻밖의 사건이다. 뜻 안에 있을 때 보상은, 아무리 큰 보상이라도 마땅하거나 미흡하다. 뜻 밖에 있을 때 보상은, 아무리 작은 보상이도 과분하거나 놀랍다….. 대기만성의 의미: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고, 큰 음은 소리가 없고,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 ‘큰 그릇은 이루어짐이 없다.’….. ‘대기만성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우려는 것이 없거나, 이루려는 것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 목적에 이끌려 일하는 사람은 목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 대개 일을 멈춘다. 그렇지만 큰 그릇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 아닌 사람은, 그냥 하던 일을 묵묵히 할 것이다. (250)
나는 욕망이 큰 사람이다. 특히 인정욕구. 인정욕구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성과나 결실이 중요하다. 작가의 말대로, 성과가 없으면 쉽게 지치고 그만두기 일쑤다. 지금의 나의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계속 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라고 말 할 수 있다. 작가는 어떠한 성과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나는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진도를 빼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까지 쓴 것에 개의치 말고, 처음부터 생각 해본다. 순서를 바꾸고, 아까워 말고 뒤집는다. 그랬더니 길이 보인다. 며칠간 풀리지 않은 채 뚫려있던 구멍들을 어떻게 메워야 할 지 그려지기 시작했다. 뿌듯하고 벅차다. 물론 조금 돌아 가느라고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정체돼있던 날들이 뚫리고 나니 상쾌해졌다.
그냥 우직하게 하는 수 밖에. 성과가 있던 없던, 막히건 뚫리건, 개의치 않고 해나가는 수 밖에. 그냥 하다보면 무언가 될 수도 있고, 아무 것도 해결 안 될 수도 있지만. 남은 한 주간에도 이 메시지를 잊지 말고 나아가는 수밖에!
▶ 어떤 감정을 느꼈어?
"사랑받음의 행복"
사랑받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일’의 영역에서 남에게 사랑 받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가 아닌가를 떠나 행복한 일인것은 맞다. 작가의 커리어에서도, 강사의 커리어에서도 ‘나는 참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확신을 많이 받은 한 주. 특히 강사로서는 “어디 가서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싶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랑받기’가 커리어를 더욱 잘 풀리게 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잘 하는 건 1번이고, 거기에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 내가 ‘잘’ 하기만 해서는 얻을 수 없었던 기회들이 오기도 한다. 학원에서는 내가 회원님들에게 사랑받는 강사이기 때문에, 나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수업을 개설하면 나를 1순위로 고려하고, 다른 지점에도 추천해준다. 내 수업이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와주시는 회원님들이 늘어난다. ‘인기강사’라는 타이틀만큼 이 바닥에서 힘있는 것도 없다. ‘같이 작업하고 싶은 작가’, ‘또 작업하고 싶은 작가’라는 평 덕에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고, 1회성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 받음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 그건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거고, 그냥 1차적으로 행복하다. 사랑받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이다.
▶다음 주는 어떻게 살고 싶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스트레스 받지 말기.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지만, 남은 한 주는 꼭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집필 기간 동안 그 세계에 빠져 살아야 한다. 지금 커리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좀처럼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내 능력 밖의 일들을 신경쓰느라 바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대본을 완성하는 것. 그 세계에 빠져들고, 그 안에서 고민하고, 그 안에서 마음껏 상상해야 한다.
▶이번 주의 사진 한 장
회원님들이 너도 나도 구해다주신 두쫀쿠.
두쫀쿠 맛은 쏘쏘였으나, 그 마음들에 행복했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