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새벽일기

다 눈물점 때문이야

by 글쓰는 최집사
너는 모든 감정표현을 다 눈물로 하는구나.

중학교 때 처음 사귄 남자친구가 영화관을 나오다 대성통곡을 하는 나를 보며 했던 말이다. 무슨 영화였는지 기억은 안났지만, 코미디를 보던 로멘스를 보던, 나는 늘 울며 영화관을 나왔던 것 같다.

그래 맞아. 나는 슬프면 당연히 울지만 너무 기뻐도, 너무 감동적이어도, 짜증이 나도, 또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참 잘 울어. 나 혼자 무슨 상상하가도 잘 울지. 그리고 내 눈물이 내 맘대로 안되는게 너무 화가나서 또 울어.


알아주는 울보답게 그러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눈물이 쏟아지는 나는, 그런 내 눈물샘을 콱 틀어 막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눈물'샘'이라니. 샘은 마르지도 않잖아. 쏟아내도 계속계속 솟아나는거잖아.


내 오른쪽 눈 아래에는 꽤나 선명한 점이 있다. 어린시절부터 어른들이 볼 때 마다 '그거 눈물점이야. 빼버려야 돼'했던 그 점. "어린애가 벌써 눈물점이 있어가지고."라고 말 할 때면 '이거 그런 거 아니에요!'하고 받아쳐보아도 어른들은 꼭 '왼쪽 눈 아래 눈물점은 재물운을 의미하지만, 오른쪽 눈 아래 눈물점은 인생이 굴곡져서 울 일이 많은 거야'라고 악담까지 보탰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는것 같기도하다. 울 일 참 많았지. 길지도 않은 인생에 굴곡이 여러개 나 있는것도 사실이니까.


대학에 와서 이 점을 뺄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꼭 눈물점이어서 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사람들이 눈물점이라고 말하면서 간섭하는게 싫었다. 피부과 선생님이 점을 보고 말했다.

"뺄 수는 있는데, 너무 깊은 점이라 흉이 안생기기는 어려워요."

뭐가 그래. 내 눈물점은 왜 또 그래. 들어내도 깊은 웅덩이가 남을거라니. 이 점을 도려내도, 그 남은 웅덩이에 또 물이 고이겠지.


왠지 오기가 생겨서 그냥 병원을 나왔다. 그래. 생긴대로 살란다. 펑펑 울면서 살지 뭐. 울고 나면 속이라도 시원하잖아. 솔직히 좋은 것 같기도 해. 눈물 흘릴 일이 있으면 눈물점 핑계를 댈 수도 있잖아. 이게 다 눈물 점 때문이라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제법 울음 참는 스킬이 늘었다. 여전히 엉망진창이긴해도 이전만큼 노답 울보는 아니다. 이제는 내가 울만한 상황에서 눈물을 잘 참고 태연하게 넘어가는 순간들이 올 때 마다 스스로 기특해지기 시작했다.

"와, 나 대단하다. 눈물점을 참았어 내가."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혼자 펑펑 울고 나면, 밖에서 꾹꾹 참아왔던 모든 감정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아들여져 내보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 울고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는 게 진짜 맞긴 한가봐.



최근에는 내 눈물점을 '매력점'이라고 칭찬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같이 운동을 하다 친해진 언니에게 언젠가 '나한테 먼저 말걸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더니 '니가 먼저 눈웃음으로 나 꼬셨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웃을 때 눈 밑 점이 예뻐서 친해지고 싶었다고.

공용 오피스를 함께 쓰는 다른 회사의 교포 출신 친구는 말했다. '나도 너처럼 눈 밑에 점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예쁘거든.'

평생 내 오른쪽 눈 밑의 점을 미워했던 내게 너무 큰 칭찬이었다.



그래. 눈물점이면 어때. 누군가에게는 나를 기억하는 점인데.

그렇게 눈물점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니, 내가 인정하지 못했던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눈물을 흘리는 일이 사람들이 좋게 봐주는 그런 일은 아니니까. 나 스스로도 미워하고, 싫어하고, 부정했던 모습. 그래도, 그 싫은 모습까지도 나 내 모습이니까. 나를 나로 인정해주는 일은 참 가치있다.



그래서 오늘도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울음바다로 끝이 났다. 씩씩하게 닦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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