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고양이를 싫어하던 사람이 냥덕이 되는 과정
사실 그 때까지도 우리가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라떼는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다시 아파트 길냥이로 잘 케어 해 줄 생각이었고, 아가들은 검진 후 입양을 보내 줄 생각이었다. 반려묘와 함께 한다는 게, 하루 아침에 결정할만큼 쉬운 일도 아니고 충분한 물적, 심적 준비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우리 가족이 라떼와 새끼들 구조를 준비하면서,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구조 날짜에 맞추어 라떼의 중성화 수술 날짜도 잡았다. 라떼와 아이들을 같이 구조하고, 라떼는 바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그러려고 하니 다시 길로 돌아 갈 라떼가 눈에 너무 밟혔다.
물론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준 것 보다 더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겠지만 어쨌든 길냥이의 삶은 녹록지 않다. 큰 수술을 하고 이틀만에 다시 길로 내보내는 것도 걱정스러웠다. 라떼의 아이들을 돌보고 입양을 보내면서, 밖에서 생활 할 라떼를 매일 마주 할 자신도 없었다.
라떼가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간 그 날, 엄마가 말했다.
라떼는 우리가 가족으로 맞이할까?
엄마의 말에 나는 기쁘면서도 놀랐다.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몇번이고 되물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싶다고 그렇게 졸라댔을 때도 단호하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정말 예쁜 고양이인데. 사람을 저렇게나 좋아하고. 집에서 사랑받고 살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다 큰 고양이를 누가 입양해 줄지도 모르겠고..."
엄마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최소한 라떼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엄마 말에 의하면, 세로로 선 눈도 무섭고, 동그랗게 말린 등도 무섭고, 울음 소리도 무섭고.. 하여간 고양이의 모든 게 싫었단다.
그래서 라떼를 보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무슨 고양이가 저래? 내가 알던 고양이랑 다르네.
사람을 보고 졸졸 쫓아다니고, 맛있는 걸 달라고 머리를 부비는 라떼에게 엄마는 점차 마음을 열었다.
어느 순간부터 무섭고 싫어했던 고양이의 모습들이 다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낯선 길 고양이에서 귀여운 아파트 고양이로, 이제는 마음이 자꾸만 쓰이는 존재로 변했다. 자꾸만 눈이 가고, 걱정되고, 생각나고. 새끼들을 낳고 나서 더 그렇게 되었다.
온 가족이 함께 고민을 해보았다. 우리가 라떼를 가족으로 맞이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잘 해주지 못하면, 오히려 더 좋은 집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떼가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까지도, 우리는 우리보다 더 좋은 집이 있다면 라떼를 비롯한 아이들을 보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동장 안의 라떼를 마주하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나를 갑자기 병원에 보내고 수술을 시키고, 귀까지 자르다니. 며칠만에 마주하면 라떼가 우리를 미워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라떼는 이동장에서 우리를 보자마자 골골송을 부르고 반갑다고 야옹야옹 울기 시작했다. 넌 대체 어떤 고양이길래.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우선 이동장을 열어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라떼를 아파트 화단에 놓아주었다. 킁킁. 이곳저곳의 냄새를 열심히 맡더니,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랑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라떼는 우리에게 다가와 머리를 부볐다.
반가워하는 라떼를 일으켜 수술부위를 확인했다. 다행히 병원에서 꼼꼼히 진행해 준 것 같았지만, 아직 완벽히 아물지 못 한 상처와 여전히 꼬질꼬질한 모습이 안타까웠다.
계속해서 반갑다고 우리에게 머리를 부비는 라떼를 차마 화단에 놓고 돌아 설 수 없었다. 우리는 그 날 라떼를 우리 가족으로 맞이했다.
나는 당시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고, 어쨌든 그 집은 부모님의 집이었다. 내가 아무리 자주 내려가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보탠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고양이들을 키우는 사람은 엄마와 아빠였다. 때문에 라떼가 우리 가족이 되는데는 엄마의 결심이 가장 중요했다. 물론 아빠의 의견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빠는 이것도 저것도 그냥그냥 다 좋은 분이셨고, 엄마는 무려 '고양이를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가 라떼를 보며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게 아니라 사랑하는 일.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는 라떼를 사랑하게 되었고, 덕분에 라떼는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었다.
2016년 7월 6일은 라떼의 생일이다. 라떼가 실제로 몇년 몇월 며칠에 태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한 가족이 된 그 날을 라떼의 생일로 정해주었다. 길냥이에서 집냥이로, 어찌 보면 라떼에게는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고양이의 온도>는 고양이 라떼, 유자, 율무가 우리 가족의 첫 반려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길이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만난 고양이라는 존재.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 차가운 길 위에서도 인간들에게 먼저 사랑을 건네줄 수 있었던걸까요.
라떼를 만나 변화 한 제 삶의 온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 길천사들과 함께 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의 온도>는 매주 주말에 연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