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도씨 : 우리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9. 정말 시간이 약일까

by 글쓰는 최집사

오랜 고민 끝에 라떼와 가족이 되었고, 아이들의 입양공고를 냈다.

고양이 카페에도 홍보하기는 했지만, 입양 보낸 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들 소식을 들을 수 있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주변 지인들에게 먼저 입양 홍보를 했다. 입양을 위한 꽤나 까다로운 설문과 절차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집에 조금 적응이 되고 나면 라떼와 함께 건강검진을 진행 할 예정이었다.


이제 정말 끝인 줄 알았다. 물론 아이들 입양이라는 가장 큰 일이 남아았긴 했지만 이제 정말 행복해 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또 다시, 우리 가족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2개월의 시간을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지하실에서 보낸 아기고양이들. 그 아이들이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는 미리 준비 한 고양이 용품들을 비치하고, 밥그릇 여러개에 밥을 한가득 채워두었고, 라떼와 아이들을 집에 데려 온 다음에는 그 날 1박 2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났다. 사람이 없을 때 마음껏 집에 적응하라는 의미였다. 아직 고양이를 몸소 키워본 적이 없으니 부족한 것이 당연했지만, 마음만큼은 우주최강 집사가 되겠다고 다짐한 터라 이곳저곳에 많이 묻고 공부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고양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집사들이 배려해줘야지.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사료도 먹고 엄마젖도 먹고ㅎㅎ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 집은 고양이 다섯마리가 있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다. 집에 들어가면 라떼만 조용히 마중나와 졸린 눈을 비빌 뿐 나머지 아가들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아이들이 집에 온 첫 날 선택한 장소는 화장실 변기 구석, 화장실을 놓아 준 박스 구석, 에어컨 뒤 까지, 죄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어둡고 좁은 구석이었다. 사람이 거실에 나와있는 한 그 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데려오기는 했는데(물론 그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녀석들에게는 이 집이 여전히 낯설고 무서운 곳이었나보다. 흔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 아기고양이들은 모두 환상이었다. 아가들은 사람을 피해 도망다녔고, 숨기 바빴다.


방에 들어갔다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오면, 아가들이 라떼와 함께 나와서 젖을 빨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발자국만 떼면 어김없이 녀석들은 줄행랑을 쳤다. 안되는건가. 이러다 영영 순화가 안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앞섰다. 조급해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조급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IMG_2163.JPG 아침에 눈뜨면 옆구리에 찰싹 붙어있는 라떼


반면에 라떼는 빠르게 집냥이로 적응을 해 갔다. 오히려 길에서 산 시간이 길어 적응이 어렵지 않을까, 밖에 나가고싶어하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라떼는 며칠만에 '이 집이 내 집이군' 생각한 듯 집안 여기저기서 널부러져 잠들었다. (첫날엔 깊게 잠들지 못하고 사람이 근처에 가면 깼다)


"얘 혹시 집냥이었다가 버려진거 아니야?"

엄마가 이렇게 말 할 정도로 라떼는 행복해보였다. 물론 초반 적응기에는 라떼도, 우리 가족도 시간이 필요했다. 환경이 바뀐다는건 쉬운 게 아니니까.


IMG_2144.JPG 귀로 날아가겠다^^;; 남매 중 최강 미모를 뽐낸 크림이


라떼 2세들의 이름을 지어야 할 때가 다가왔지만 숨어만 있는 녀석들의 얼굴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는게 고민스러웠다. 그래도 엄마가 '라떼'니까 아가들도 비슷하게 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족들이 머리를 모았다.

"카페 시리즈로 하면 어떨까!"

마침 녀석들은 모두 치즈태비고, 카페에는 녀석들의 털 색과 비슷한 음료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라떼'다. 모카, 크림, 유자, 율무. 네 아이들의 이름이 지어졌다.


네 형제 중에 가장 먼저 우리와의 거리를 좁혀 준 덩치좋고 성격 좋은 올치즈 녀석의 이름은 "모카"가 되었다. 다른 올치즈 녀석은 눈 주변만 흰색 아이라인을 그린 것 처럼 하얗다. "크림"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겁은 많지만 사냥놀이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새초롬한 인상이 귀여운 치즈냥이는 "유자"라고 불렀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잠자는데 쏟느라 얼굴보기 힘든 치즈냥이를 "율무"로 지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라떼네 가족이 모두 예쁜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이름도 있고, 병원 검진도 받고. 이제 좋은 가족을 찾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았다. 우리가 정말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너희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을까?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 고양이가 원래 예민한 동물이라 그렇다고 말하는데.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아이들은 천천히 우리와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좋은 가족이 되어 줄 사람들도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양이의 온도>는 고양이 라떼, 유자, 율무가 우리 가족의 첫 반려묘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길이라는 차가운 공간에서 만난 고양이라는 존재. 얼마나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그 차가운 길 위에서도 인간들에게 먼저 사랑을 건네줄 수 있었던걸까요.

라떼를 만나 변화 한 제 삶의 온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 길천사들과 함께 하고 있는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의 온도>는 매주 주말에 연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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