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가 쓰면 열매도 쓰다

by 박지영JYP

모임이 끝나고 멤버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 사람으로 꽉 찬 식당에서 인윈수에 맞는 자리를 찾느라 우왕좌왕하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예약 없이 가면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은 식당인 줄 오늘 처음 알았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정신없던 차에 목이 말라 앞에 놓인 물 잔을 생각 없이 들이켰는데 순간 타는 듯한 고통이 혓바닥 돌기를 뜨겁게 태웠다.


"앗 뜨거워" 외마디 소리와 함께 식탁 위로 왈칵 쏟아지는 물.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 머금었던 물을 식탁 위에 쏟아낸 것이다. 차라리 바닥이었다면 덜 미안했을까? 같은 식탁에 앉으신 분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개그쇼나 코믹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습고 민망한 장면을 내가 연출해 낸 것이다.

하지만 모르고 들이킨 뜨거운 물을 무슨 수로 참아낼 것인가.


평소 인내심 모자라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내 성품상 '인내'라는 단어 앞에만 서면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었다. 작은 인내를 통해 달콤한 열매를 맛본 적도 있었으나 인내는 즐거웠고 쓰지 않은 인내였다. 자발적인 인내였다.


인내는 중요한 미덕이다.

그러나 인내라고 다 같은 인내는 아닐 터...

모르고 마신 뜨거운 물을 인내하느라 소중하고 예민한 혓바닥을 다 익혀버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돌이켜보면 인내하지 못했기에 후회스러운 일들이 많다. 솔직히 인내했더라면 조금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었을지 모를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내해서 얻은 달콤한 열매가 쓰렸던 인내로 인해 맛보기도 전에 물러버리거나 터져버린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인내하느라 놓쳐버린 그 시절의 달콤한 열매는 다 썩어버린 후 일터... 좀 덜 달면 어떻고 좀 시큼하면 어떤가.

그때라야만 맛볼 수 있는 열매를 경험하는 잔치에 참여해 볼 일이다.


인내하지 못했던 지난 세월을 나무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리라고 다짐한다. 인내하지 못했던 것은 그것이 입안에 머금은 뜨거운 물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리라. 다 그럴만해서 그런 것이었다고 나 자신을 격려하리라.

각자에게 맞는 그릇의 크기대로 달콤한 인내와 달콤한 열매를 거두면 될 일이다


뜨거운 물에 데어 입천장은 까지고 혓바닥은 쓰리고 얼얼한데 이상하게도 오늘 저녁밥은 맛있다.

인내하면 안 되는 결단으로 뜨거운 물을 내뱉었기에 그나마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인가.


사랑하는 나를 따뜻한 방바닥에 눕히고 포근한 이불을 덮어준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머리 마사지도 살짝 해준다, 쓰린 혓바닥에 꿀을 듬뿍 발라주었으니 내일은 아마 많이 좋아져 있을 것이다.


"잘 자라 내 혓바닥아~또 그런 일이 있으면 절대 참지 말고 뱉어내거라. 다 쏟아내거라. 억울한 일, 속상한 일, 짜증 나는 일들이 너를 괴롭힐 때, 절대 인내하지 말고 바로 쏟아내어 네 혓바닥 돌기가 병들지 않게 하거라."

너를 향한 불의에 절대 인내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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