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샤워하라

by 박지영JYP

오늘은 기다리던 수요일! 각자 선택한 시 한편씩 준비해서 도서관에 사람들이 모였다. 한 학기에 한번 있는 날이다. 두 달여의 방학기간을 끝내고 모인 자리인 데다 신입회원이 오신지라 반갑고 내심 들뜬 마음에 다소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문병란 시인의 '호수', 이문재 시인의 '농담', 박소란 시인의 '돌멩이를 사랑한다는 것', 노자의 도덕경 중 '둘째 가름'... 등등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시인들을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구의 시였던가? 시를 읽고 각자의 감상을 나누던 중 '비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나의 대사!


"그래서 전 비우기 위해 화장실에 자주 가요"

그리고 갑자기 터져 나온 신입회원의 폭소!! 뿜으신 거다.

컬컬컬 웃다가 캑캑 기침까지 하신다.

곰이라는 뜻의 '쿠마'라는 일본어 닉네임을 쓰시는, 푸우처럼 귀여운 신입회원은 예상치 못했던 나의 돌발에 많이 놀라셨나 보다.


하~~~ 결국 오늘도 한 건 했다. 시를 읽는 격 높은 자리에서 이 무슨 망언이란 말인가...

생각하고 말이 나오는 건지 말 먼저 하고 생각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려면 생각부터 하고 말이 나오겠지 생각도 안 했는데 어떻게 말이 나오겠는가.

어떤 날은 머릿속에서 팽팽 회오리바람이 인다. 좋을 때는 창의적이라는 칭찬도 받지만, 운 나쁜 날은 상황보다 오버하는 장난기에 진지함이 먹칠을 당한다.


나이가 들수록 부끄러움도 없어지고 체면도 물 건너가고 남 눈치 보는 일도 피곤해졌다. 이렇게 된 데는 다 이유기 있다. 우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부터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한 개 세포보다도 더 작은 나의 존재.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심각할 것도 없고 특별히 예민할 것도 없다. "호모사피엔스가 까마귀보다 더 지혜롭고 존엄하다" 떠벌리라고 누가 허락했는가.

나이 들수록 진행되는 '평준화'도 각졌던 나를 둥그렇게 만드는데 한몫하는 것 같다. 젊어서 갖지 못해 원망하고 부럽기만 했던 것들이 별 소용없어 보이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밤새 안녕하다가 낮에 편히 웃다가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족한 것이다. 그러니 나 한 사람의 망언(?)으로 모두가 즐겁다면 내 한 몸 격 낮은 자리로 미끄러질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그냥 가끔씩 망가지려 한다.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말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한다. 그러니 웃을 일이 없으면 화장실에라도 자주 가서 자꾸 비워주어야 한다.

배를 잡고 웃어제끼던 쿠마 님의 캑캑대는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一笑一少 一怒一老

(일소일소일로일로)

오늘 한번 웃었으니 분명 오늘 한 번은 젊어졌으리라.

영원한 젊음이여! 웃음으로 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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