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 / 박지영
뱃살 쌓여가는 딸 걱정에 보내주신 백억 마리
손금 예쁜 여배우 광고에 엄마 귀는 나팔통 귀
예쁜 딸 낳은 모델 엄마 돈 받고 드시는데
못생긴 딸 낳은 우리 엄마 용돈 팔아 사오신다
딱딱한 백억마리 쌓여가는 우리집
벌레 물어 나르는 부리는 헤어지고
총총걸음 두 다리는 젤리 무릎 되었다
까만 외투 벽에 걸어둔 지 오래인데
덜 자란 채 늙어가는 딸내미 안쓰러워
깃털 빠진 날개 아랑곳없이
낡고 까만 외투 꺼내 입으신다
못생긴 죄가 당신 탓인 듯
살아있는 것 물어 오시느라 자주 날개 펴신다
맛진 벌레 물어 날라오는 이웃 까마귀들
은하수를 통째 물어다 드리는 멋진 부리를 보라
못생긴 모델 구하는 광고가 나오면 바로 신청해야지
태양이 휘청거리고
둥지 찾아 날개 접어야 할 시간이 코 앞 인데
오래전 팔아치운 검은 외투도 필요한데
장(場)날이 오려면 한참 멀었구나
장(腸)까지 가려면 까마득하구나
석양에 반짝이는 것 뭐 없을까
엄마 보내주신 백억 마리 꿀떡 삼키고
장바구니 들고 파닥이고 있다
담벼락에서 까악까악 날갯짓 하고 있다
-오늘도 엄마가 무언가를 가져오셨다. 오늘은 유산균이 아닌 멀티비타민이다. 나는 드릴 게 없어 그저 따뜻한 밥 한끼 지어드렸다.
늘 날개 펴시고 부리에 무언가를 물고 내 주위를 맴도는 엄마를 본다. 나는 늘 반짝이는 것을 생각하지만 정작 드릴 것은 그저 따뜻한 밥 한끼와 우스갯소리 몇 마디...
그래도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활짝 웃으신다.
나도 그저 웃을 수 밖에...